○…2020년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느슨한 연대’가 회자되고 있다.

촘촘하지 않은 관계, SNS로 가볍게 소통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거부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느슨한 연대는 사람과 사람사이가 서로 연결은 돼 있지만, 기존의 연대보다 덜 긴밀하고 좋게 말하면 쿨(cool) 하다.

모르는 사람끼리 회비를 모아 모임을 즐기고 관심을 공유하는 소위 ‘소박한 개츠비’도 느슨한 연대의 단면이다.

SNS에 팔로워가 수천명이 넘어도 사람에 대한 목마름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대면할 기회는 마땅치 않다. 그래서 워라밸이 가져다 준 저녁, 스마트폰, 느슨한 연대는 어딘가 살짝이라도 면이 닿아있다.

○…연말연초 새해 전략을 짜느라 고심하는 CEO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조직문화, 직장문화다.

그리고 대부분 기승전 ‘소통’으로 귀결된다. 물론 소통의 방법론은 제각각이다. 이 시대 직장문화의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진통제는 될 법한 게 ‘소통’이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 최근 국무조정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갑질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고 직장 내 상사-부하 관계가 가장 심하다. 가장 흔한 유형은 폭행, 폭언 등 비인격적 행위인데, 갑질을 당한 경우 그냥 참고 넘어간다.

우리의 직장문화는 역사적으로 서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용계약서는 존재하지만 유교 의식이 강해 평생직장 개념이 우세했다. 소위 ‘뼈를 묻겠다’는 다짐은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회사마다 고유하게 존재하는 사풍이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존재했다. 권위주의에 기초한 상명하복, 수직적 문화가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기자도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으로서 끈끈한 연대에 훨씬 익숙하고 이를 미덕으로 배운 세대다.

그런데 이제 정말 세상은 달라졌다.

한 대기업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10년 뒤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을 금지시켰다. 더 이상 아무도 첫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거부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이전세대가 결코 경험하지 못한 수평적이고 양방향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나고 자랐다.

흔히 개인주의적이라고 비판받지만, 보기에 따라선 개성이 더 강한 것이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이다. 정유라나 조국 사태에서 보듯 공정성에 대한 열망과 의지도 남다르다.

직장은 결국 일과 사람의 조합이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우리나라 직장인은 대략 1800만명 정도. 직장은 끈끈함과 느슨함의 그 어딘가에서 여러 세대가 필연적으로 얽혀있다.

세대 공존이란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직장내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곧 그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CEO만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생각해볼 대목이다. 비록 답을 찾아 한참을 헤매더라도 과정 그 자체로 달라지는 직장문화, 더 행복해지는 삶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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