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위험의 외주화·책임면탈 대기업에 날선 비판
불공정 공동수급계약에 일침…위험천만 작업 실태 고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7일 국내 메이저 승강기 4사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엘리베이터 사망사고 관련 현안질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송승봉 현대 대표, 서득현 티센크루프 대표, 조익서 오티스 대표, 요시오카 준이치로 미쓰비시 대표. 이날 환노위 소속 김태년 의원(아래 왼쪽부터)과 한정애 의원, 강효상 의원 등이 승강기업계에 만연한 불법하도급관계와 불공정계약, 미흡한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한정애 의원은 대기업들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에 분노하면서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린 작업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7일 국내 메이저 승강기 4사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엘리베이터 사망사고 관련 현안질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송승봉 현대 대표, 서득현 티센크루프 대표, 조익서 오티스 대표, 요시오카 준이치로 미쓰비시 대표. 이날 환노위 소속 김태년 의원(아래 왼쪽부터)과 한정애 의원, 강효상 의원 등이 승강기업계에 만연한 불법하도급관계와 불공정계약, 미흡한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한정애 의원은 대기업들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에 분노하면서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린 작업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사망 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 승강기 작업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사실상 불법하도급이 만연한 불공정 계약문화를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학용)는 7일 현대,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등 국내 메이저 승강기 4사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엘리베이터 사망사고 관련 현안질의’를 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5년간 승강기 사고사망자는 총 35명에 달한다. 승강기를 설치하거나 유지관리하면서 매년 평균 7명씩 숨진 셈이다. 승강기 회사별로는 현대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티센크루프가 5명, 미쓰비시가 2명 사망자를 냈다.

이날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잇따른 승강기 사망사고의 원인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계약행태 등을 지적하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부처에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먼저 포문을 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하도급계약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잇따른 사망사고의 원인은 대기업들이 위험한 설치 및 유지관리 공정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라며 “사망자는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으로 무늬만 공동수급이지 사실상 불법 하도급계약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승강기 유지관리의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협력사들과 공동도급계약을 맺고 설치와 유지관리업무를 분담해왔다.

하지만 ‘승강기 유지관리 공동도급계약 운영 규정’에 따라 공동수급비중이 각각 50%를 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체결되는 계약은 협력사들이 70% 이상을 담당하는 불공정 계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공사대금도 발주처가 아닌 대기업이 협력사에 지급하고 있어 불법 하도급 정황이 명백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기업이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하도급 관계이며, 하청업체가 유지관리업무의 70% 이상을 담당하거나 아예 100%인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는 명백한 하도급 규정 위반이며, 관련 부처가 철저한 실태조사에 나서 원칙대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승강기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하도급 규정 위반은 최고 유지관리업 등록 취소 또는 6개월 이하 사업정지,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며 “오는 12월 6일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철저히 조사해 원칙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현안질의에서는 기계실 없는 승강기(MRL)에 대한 유지관리 위험성이 지적됐다.

한 의원은 “지난 10년간 기계실 없는 승강기(MRL) 보급률이 398%나 급증했는데 이에 따른 유지관리업무의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건물 최상부에 기계실이 없다 보니 작업자들은 승강기를 정비할 때 로프 하나에 매달려 작업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독일과 미국, 핀란드 등 해외에서는 승강로에 승강기 전용 비계를 미리 설치해 작업자의 안전을 돕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의 경우 자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전용 비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한 의원의 지적이다.

한 의원은 “왜 대한민국 작업자들은 죽음을 감수하면서 승강기 전용 비계도 없이 작업을 해야 하냐”면서 “대기업들이 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공동수급계약을 맺고 안전관리는 뒷전인데 이는 지극히 비윤리적 행태”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산업안전공단은 유지관리 협력사들에 재정적 부담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승강기 전용 비계의 도입을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승강기 전용 안전작업대 개발을 위해 이미 TF를 구성했고, 내년 상반기에 개발해 늦어도 하반기에는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그때까지 고용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으로 현장에 에어매트나 추락방지망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승강기 사고다발의 원인으로 건설사의 무리한 공기단축과 공사용 승강기 사용을 꼽았다.

강 의원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승강기를 건설자재 운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업체에 공기단축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의 45~60일 공기단축 요구에 맞추기 위해 승강기업체가 야간 및 휴일 작업에 시달려 노동시간 과다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건설사의 공사용 승강기 사용을 법으로 제한해 공기단축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건설공기 단축요구 금지법’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법을 보완해 ‘산업별 고위험직군’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금지 법안을 마련해 하도급 계약이나 공사시방서 등에 명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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