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수·민수 모두 최근 3년간 최저 수준
재고만 쌓여 ‘한숨’…고용유지지원금 신청기업도 생겨나

한 변압기 업체에 배전용 변압기가 쌓여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한 변압기 업체에 배전용 변압기가 쌓여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중소 변압기 제조업계가 유례없는 일감 부족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본지가 최근 3년간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전력 배전용 변압기(고효율주상·콤팩트형) 발주 물량, 공인검수시험 면제 생산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가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변압기사업조합(이사장 최성규)이 올 5월까지 한국전력에 납품한 변압기는 8373대, 금액으론 161억1482만원어치다. 2017년 같은 기간엔 289억7003만원(1만8391대), 지난해에는 131억8955만원(5833대) 규모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올해 물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2018년엔 상반기 조기발주 대신 전년 연말에 3차에 걸쳐 사전 발주한 물량이 포함돼 있다.

특히 2018년까지 변압기조합 회원사는 11개였지만, 올해엔 14개로 늘었다.

이를 감안하면, 조합 회원사 한 곳당 물량은 2017년 2억6336만원, 2018년 1억1991만원, 2019년 1억1511만원으로 올해가 가장 적은 수준이다.

나주 에너지밸리에 위치한 한 업체 대표는 “올 들어 한 달에 8대, 800만원 어치를 납품한 적도 있다”면서 “쌓여있는 재고만 10억원대에 달한다. 있는 설비를 보고만 있어야 하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한전 적자가 저렇게 심한데, 마냥 물량을 늘려달라고 하소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고 쌓여가는 재고만큼 한숨만 늘어간다”고 덧붙였다.

변압기 물량 가뭄 현상은 한전 시장만큼이나 민수 시장도 심각하다.

전기산업진흥회(회장 장세창)가 집계한 지난 1분기 공인검수시험 면제제품 실적에 따르면, 변압기는 2774대다. 유입 1436대, 건식 1338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584대보다 무려 40% 정도 감소한 규모다.

수도권 소재 한 업체 대표도 “관수 물량은 많아야 월 몇천만원 수준으로 3억~4억원에 달하던 예년에 비하면 10분의 1 토막이 났다.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민수도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해 먹거리 확보가 힘겨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감이 사라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휴업 신고나 고용보험 신청 등을 검토하는 등 개점 휴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관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 상당수는 고용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장에서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고 무급 휴업 또는 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최대 180일까지 일정 부분 임금을 지원해 근로자 실직을 예방하는 지원책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또 다른 업체 대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가 꽤 많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우리도 신청을 하고 싶은데 대외 이미지나 인력관리 때문에 고민 중이다. 공장은 제대로 못 돌리는데 임금은 꼬박꼬박 줘야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변압기 업계는 한전의 기존 보유분이 2만~3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오는 8월 단가 입찰 이후에도 별다른 상황 반전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저마다 일감 부족을 벗어날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변압기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몰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아예 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동아전기에 이어 중견기업 P사도 몰드변압기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이며, K사는 초고압 시장 진출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민수 물량이 가뭄일 때, 공기업인 한전이 저수지 역할을 해줬는데, 이젠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밖에 없다”면서 “상당기간 수요 위축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고정비를 줄이면서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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