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협력사 “최저임금·물가인상, 근로시간단축 등 반영해야”
현대 “새로운 맨아워 기준에 따라 도급비 재산정해야”

현대엘리베이터가 내년 승강기 설치공사 도급비용을 삭감하려 하자 관련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설치공사업계는 최저임금인상과 물가상승, 근로시간단축 등을 이유로 도급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새로운 기준으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7일 승강기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장병우, 이하 현대)는 자사의 승강기 설치공사 협력업체들과 2019년도 도급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는 분업·전문화 등을 이유로 자사 승강기 설치물량의 95% 이상을 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매년 도급비 인상여부를 놓고 약 100여개의 파트너사들과 조율을 해왔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도급비 협상은 현대와 협력업체들간 이견 차이로 두 달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이번 도급비 협상은 승강기 설치공사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등 남은 메이저 기업들도 각각 향후 관련 협력사들과 도급비 협상을 기다리고 있어 이번 결과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협력업체들은 올해 법정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인상이라는 주요 이슈와 함께 조세부담,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도급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건설사의 공기단축 기조와 안전관리 비용의 증가로 설치공사 근무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도급비 삭감은 업체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설치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승강기 제조사들의 비약적인 성장 이면에는 일선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도급받아 불철주야 수행해온 설치공사 협력업체들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결도 아닌 삭감을 강행하려는 현대의 요구는 2500여명에 이르는 종사자들의 안위를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도급비가 삭감될 경우 설치공사업체들의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며, 이는 정부의 동반성장과 고용창출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협력 중소업체들은 ‘울려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갑(甲) 횡포’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 측은 내년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물량감소와 치열한 수주경쟁 등을 이유로 설치 협력업체에 조정안을 요구했다. 특히 내년에는 승강기 1대를 설치하는데 투입되는 노동시간(맨아워)에 대한 표준안을 적용해 도급비를 산정할 예정이어서 올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기섭 현대엘리베이터 홍보부장은 “최근 3년간 협력사들의 요구에 맞춰 매년 7%씩 도급비를 올려왔지만 내년에는 맨아워 조정을 통해 새롭게 설치비용을 산정할 계획”이라며 “이 때문에 도급비를 ‘삭감’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새롭게 ‘조정’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건설경기가 올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엘리베이터 수주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도급비 재산정은 불가피하다”며 “더욱이 설치공사업계는 적지 않은 임금을 받고 있어 최저인금인상 요인은 적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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