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들의 신뢰, 취업률 향상 통해
미래교육 기반 구축・자주적 인간 육성

광운전자공고 컴퓨터전기과 2학년 학생들이 전기공사실습수업에서 전동기제어회로를 만들고 있다
광운전자공고 컴퓨터전기과 2학년 학생들이 전기공사실습수업에서 전동기제어회로를 만들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교장 권오근)는 우리나라 IT전자 분야 교육의 효시다.

1934년 당시 한국의 전자시대를 예견한 화도(花島) 조광운 선생이 설립한 ‘조선 무선강습소’를 모태로 출발해 1964년 지금의 광운전자공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이론과 기술을 겸비한 자주적 인간을 육성하자는 조광운 선생의 창학정신을 82년째 지켜오고 있다.

광운전자공고는 ‘즐겁게 배우고, 신바람 나게 가르치는, 행복한 미래 혁신 학교’라는 교육비전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 방향이다.

이를 위해 ‘3UP’ 즉, 교사의 신뢰도와 학생들의 신뢰, 취업률을 향상시켜 미래 교육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권오근 광운전자공고 교장은 “학교 발전을 위한 로드맵으로 3UP과 도제학교 정착, 자율학교 추진 등을 제시해 광운전자공고가 제2의 도약기를 마련하는데 앞장서고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특성화고에서 마이스터고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1986년 평교사로 광운전자공고에 부임, 30년 동안 학교를 위해 헌신해왔다. 덕분에 올해 3월 광운전자공고 역사상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제13대 교장에 선임됐다.

권 교장은 “광운학원재단 측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학교 발전 동력을 찾길 원한 것 같다”며 “광운전자공고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30년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자에 이어 전기공사 도제학교 지정

올해 광운전자공고는 큰 변화를 맞았다. 기존 컴퓨터전자, 컴퓨터전기, 전자로봇, 전자통신 4개 학과에서 올해 처음으로 모바일소프트웨어과를 신설해 교육과정이 5개 학과로 늘었다.

전자교육의 요람답게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인공지능·소프트웨어 분야 전문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광운전자공고 학생들이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권 교장은 “광운전자공고의 하드웨어적 강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융합해 차별화를 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광운전자공고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산업용 전자기기개발과 전기공사·전자 분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선정됐다. 하나도 어려운데 두 분야에서 참여학교로 지정됐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은 우리나라의 학교 중심 직업교육과 스위스의 산업현장 중심 도제식 직업교육의 강점을 접목한 것이다.

IT전자 분야 장점을 살려 컴퓨터전자과에서는 앞으로 산업용 전자기기개발 관련 우수인재 양성에 나선다. 전자에 이어 전기공사도 향후 학교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기존처럼 기업과 학교의 연계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전기공사협회를 통한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 제공에 나서는 것이 차별화된 전략이다.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공사업계로선 광운전자공고, 휘경공고(도제거점학교), 한양공고로부터 젊은 인재를 수급 받을 수 있어 학교와 기업 모두 윈-윈이라는 평가다.

김창우 컴퓨터전기과 부장은 “기존 전기과의 취업현황을 살펴보면 보통 IT, 승강기, 펌프, 설비제어, 스크린 도어 분야로 취업을 했지만 이번 도체학교 지정으로 취업채널 다변화가 기대된다”며 “학교 입장에서도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 새로운 기자재를 구매하고, 교육시설을 갖추게 되면 이전보다 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든든한 동문·다양한 자격증…높은 취업률

전기공사·전자 분야 도제학교 지정과 더불어 맞이한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올해 컴퓨터전기과의 취업률이 지난해보다 껑충 뛰었다는 사실이다.

2014년 55%, 2015년 63.6%에 머물던 전기과 취업률은 올해 11월 기준으로 81.9%를 기록, 무려 18.3%p 상승했다.

양적 개선과 함께 질적 다양화도 눈에 띈다. 8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광운전자공고는 약 4만5000명에 달하는 동문들이 졸업생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동문들 덕분에 이 학교 졸업생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월 제19대 신임 총동문회 회장으로 취임한 오승훈 세봉 회장(전기과 2회 졸업생)은 4만5000명에 이르는 졸업생들의 지원을 받아 동문회 활성, 후학 양성, 모교 발전을 위해 발전기금과 장학금 기부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컴퓨터전기과는 우수 기술인 양성을 위해 1명당 3개의 국가공인기술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공 관련 승강기기능사, 전기기능사뿐만 아니라 공조냉동기능사, 무선설비기능사 등 다방면의 자격증 취득을 도와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광운전자공고의 정세윤(왼쪽 첫번째)군과 박진완(왼쪽 세번째)군이 김종욱 우수전력 대표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운전자공고의 정세윤(왼쪽 첫번째)군과 박진완(왼쪽 세번째)군이 김종욱 우수전력 대표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취업 연계 모범사례, 우수전력에서 찾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우수전력(대표 김종욱)은 서울과 구리, 남양주 등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전기공사업체다. 김종욱 대표는 1992년 광운전자공고 전기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학창시절 권오근 교장의 제자이기도 했던 인연으로 광운전자공고 3학년 졸업반 학생들에게 우수전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광운전자공고 졸업생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김 대표는 해마다 2~3명의 학생들을 채용해왔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다시 우수전력으로 복귀한 광운전자공고 출신도 있을 만큼 김 대표와 학생들의 관계는 끈끈하다.

김 대표는 “모교 출신들의 전공 관련 수준이 높아 바로 실무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며 “현장경험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일에 대한 적응력과 학습력이 높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채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전력에 입사한 박진완(19), 정세윤(19) 군은 내선공사 위주로 현장을 배우고 있다.

전기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정세윤 군은 “학교에서 기본기만 배우고 현장에 직접 나와 보니 다른 것이 너무 많고, 응용도 어렵지만 선배님들을 따라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언젠가 내가 지은 아파트가 완공돼 조명이 환히 켜진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방·통신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박진완 군은 “사장님이 직접 학교로 찾아와 기업 홍보를 비롯해 우리 같은 인재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에 이곳에 입사하게 됐다”며 “향후 전기기술 전문가로 거듭나 후배양성에 도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년 후 이 학생들이 경제적·기술적 자립을 이룰 수 있게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또 모교가 전기공사 도제학교로 선정돼 우수한 인재 채용의 기회가 넓어진 측면도 향후 자사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교가 이번에 도제학교로 선정돼 매우 기쁘다”며 “젊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전기공사업계에 한 줄기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오근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
권오근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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