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폐업 건수 증가… 올해도 전망 어두워
협력 관계인 전기공사업체에 직격탄
자잿값 인상 등으로 이미 업계 기초체력 떨어져
뚜렷한 돌파구 없어... 올해 지켜봐야

지난 23일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제공=연합). 
지난 23일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제공=연합). 

# 종합건설사 전기직 A씨는 요즘 전국 각지의 현장을 다니느라 바쁘다. 협력사였던 전기공사업체가 파산을 해서다. 현장 상태를 점검하고 후속 조치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A씨는 “최근 협력사인 전기공사업체가 분기당 1곳꼴로 부도가 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도의 전기공사업체 B사는 연매출 100억원대의 작지 않은 회사지만 최근 파산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자잿값 폭등에 대한 에스컬레이션을 받지 못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 원청사인 C사가 기업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20억원이 넘는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며 무너졌다. 

# 종합건설사 C사는 역사가 70년이 넘고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권의 중견 건설사였지만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공사미수금과 유동부채가 급증한 결과다. C사가 무너지면서 협력관계인 B사에 후폭풍이 왔다. 

전기공사업계에 예고된 찬바람이 몰아닥치고 있다. 건설산업 침체로 종건사들의 실적 악화와 워크아웃, 회생절차가 이어지면서 협력사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종합건설사 581곳이 폐업하며 전년(362건)보다 60.4%나 늘었다. 2년 연속 증가세다. 연구원 측은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규모 있는 건설사들의 위기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시공능력평가 109위 대창기업을 비롯해 신일(113위), HN INC(133위) 등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연말에는 1군급인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최근에는 100위 이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지는 데다 유동성 위기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종합건설사들이 무너지면 시설물공사업계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 중견급 전기공사업체 임원은 “전기공사업체가 가장 힘들어질 때가 종건사들이 무너질 때”라고 설명했다. 시설물공사업체는 종건사들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곤 하는데, 원청사가 파산하면 공사비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받지 못한 공사비가 적으면 충격을 감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하도급업체도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이러한 구조에 더욱 취약하다. 

또 다른 전기공사업체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잿값 급등, 공사 물량 감소, 고금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경영환경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건설사 부도는 업계에 악재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기공사업체들의 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금의 상황이 더 큰 충격으로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업계의 근심을 깊게 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기공사업체들의 부도 소식이 적지 않게 들려오고 있다”며 “건설사들의 추가 위기설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올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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