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남은 수명 70~80%면 교체 불가피
2040년 780만t 쏟아져 나와...시장규모만 66조원
美·EU 등도 산업 추진...가장 앞선 국가는 中
"중국 의존도 감소 위해 필요...법적 기반 마련해야"

미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 작업 현장.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환경적,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안정적인 배터리 금속 공급망 확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법안을 내놓고 관련 산업을 독려 중이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 K-배터리 발전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인증기준, 법적 기반 등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배터리 70~80% 쓰면 교체해야...시장도 급성장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이 우리나라 배터리공급망 선순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의 사례를 참조해 필요한 정책과 지원을 서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서 배터리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까지 사용하면 수명을 다한다. 다만 배터리 셀을 모두 쓸 수 없을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잔존 수명(SOH; State of Health)이 초기용량의 70~80% 정도 남으면 주행거리 감소, 충전속도 저하, 급속 방전 리스크 문제가 발생해 교체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배터리 생산 증가는 폐기물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폐기량은 2020년 연간 10만2000t에서 2040년에는 연간 78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도 시장 규모를 2030년 6조원, 2040년 66조원,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폐배터리 재활용, 환경오염 막고 배터리 원료 획득

보고서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해 전극소재, 특히 코발트, 리튬, 니켈 등 고가 소재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흐름도. (자료=포스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흐름도. (자료=포스코)

우선 환경적인 측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수 국가에서 환경 유해 물질로 지정된 폐배터리를 처리(매립)하면 심각한 토양오염을 발생시키고 새 배터리를 채굴하고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CO2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정제 비용이 절감하는 효과를 가지고 광산에서의 4~5배 농도의 고농도 원료를 획득하는 등 배터리 종류별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희연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높은 원자재 해외 의존도(전구체 대중 의존도 93%)를 낮추는 등 공급망 관점에서도 이익이 있다"며 "특히 국내 배터리 3사가 고가 금속이 포함된 삼원계(NCM)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어 재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中, 2016년부터 제도 마련...韓, 성능 검증 인증기준도 없어

주요 국가 폐배터리 재활용 정책 비교. (자료=국제무역통상연구원)
주요 국가 폐배터리 재활용 정책 비교. (자료=국제무역통상연구원)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글로벌 국가들은 이미 관련 산업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은 공급망 관점에서 대대적인 R&D 투자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을 촉진하고 있으며 EU는 환경적 측면에서 접근, 배터리 회수율 상향 조정 등의 새로운 배터리 규정을 만들어 배터리 재활용을 유도하는 중이다.

중국은 전기차 제조 1위 국가인 지위를 배터리 재활용에도 가져갈 심산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과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2016년 배터리 등록번호 제도 시행을 시작으로 2018년 배터리 재활용 생산 책임제, 2019년에는 배터리 회수 서비스망 구축, 2021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추적관리 체계 구축 등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관련 기업이 4만개가 넘으며 리튬배터리 회수 기업도 1만 4800개에 육박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와 대기업 중심으로 'K-배터리 발전전략' 등 관련 산업을 추진 중이나 법적 기반 등이 아직 미흡한 상태다. 김희연 연구위원은 "폐배터리의 안정성 및 성능을 검증한 인증기준과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 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활용 산업에 관한 기술적 연구보다 대기업 중심의 기업 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 병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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