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지원해 산업 키워야” VS “선택권 제한・비효율화
교육·과학실험용 산업분류에 업계 반발
중기경쟁·공사용자재 지정 관련 입장차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품 지정 추천 신청현황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품 지정 추천 신청현황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3일 제어장치용 프로그래머블로직컨트롤러(PLC)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대상제품 지정을 위해 개최한 ‘1차 조정협의회’는 PLC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축소판’으로 불린다. 중기경쟁품목 및 공사용자재 지정과 관련한 논의 과정에서 앞선 절차인 한국표준산업분류 지정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이뤄진 것은 이 사안의 복잡미묘한 양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산업분류 지정, PLC 논란의 시발점=이번에 중기경쟁품목 및 공사용자재 지정 논의 대상이 된 PLC는 기본적인 시퀀스 제어 기능에 연산 기능을 추가해 프로그램 제어가 가능하도록 한 범용 제어장치다. 중기경쟁품목인 계장제어장치·빌딩자동제어·전력감시제어장치·프로세스제어반 등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고시상 PLC 품목은 세부품명번호 3912119801에 속하는 ‘27212’, ‘27219’, ‘28123’ 등 3개 산업분류 품목이다.

문제는 지난 9월 1일부 수정 고시에서 제어장치에 사용되는 28123 품목의 용도가 다른 품목과 동일한 교육 및 실험용과학기기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 6월 개최된 공청회에서도 28123의 사용 목적에 맞게 현행 산업분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분류 28123 품목의 경우 배전반·전기자동제어반에 들어가는 제품으로 교육 및 실험용과학기기에 들어가는 단순 구성품 PLC와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며 “해당 품목을 현행 산업분류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PLC 중기경쟁품목·공사용자재 지정 대상 되나=28123 품목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임에도 중기경쟁품목·공사용자재 지정과 관련해서는 주체별로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먼저 이번 중기경쟁품목·공사용자재 지정을 신청한 한국PLC제어공업협동조합은 현행 고시가PLC의 용도를 교육 및 실험용과학기기로 규정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중소기업계와 관련성이 높은 품목 특성을 고려해 중기경쟁품목 및 공사용자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PLC조합 관계자는 “현재 명시된 PLC 품목의 용도는 최초 산업분류 지정 신청자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며 “용도를 현실화하고 실제로 제품 공급이 가능한 중소기업이 다수인 상황을 감안해 중기경쟁품목·공사용자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PLC를 중기경쟁품목·공사용자재로 지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업체의 선택권 축소·사업 비요율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특정업체가 제품 공급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장에서 요구하는 규격 사양의 PLC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은 싸이몬과 RS오토메이션 등 2개사뿐이다.

한국자동제어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사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중기경쟁품목으로 지정되면 업체의 선택권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에 공사용자재까지 지정될 경우에는 수요기관에서 시스템제품과 PLC를 분리 발주해야 함에 따라 혼선이 발생하고 수요처 요구대응·납기·사후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LS일레트릭 관계자는 “1차 조정협의회에서 운영 기간 내 큰 변동사항이 없었던 기존 방침을 구태여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2차 조정협의회에서 어떤 식으로 논의가 전개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PLC조합에서는 이같은 반대 측의 입장을 고려해 1차 조정협의회 이후 PLC 중기경쟁품목·공사용자재 지정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중기중앙회에 제출한 상태다.

PLC조합 관계자는 “PLC가 지정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로 직접생산 설비를 갖추고 공급 중인 11개사의 명단을 중기중앙회 측에 전달했다”며 “2차 조정협의회에서 명단이 공개되면 논란도 종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2차 조정협의회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중에는 개최하게 될 것”이라며 “명단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나 공개 여부는 의무가 아니기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용어정리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공공기관에서 중기간 경쟁제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해당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자간 제한경쟁입찰에 의해 조달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지정요건은 세부품목 기준 공공기관 연간 구매실적 10억원 이상, 국내 직접생산 중소기업 수 10개사 이상이다.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중기간 경쟁제품 중 공사에 사용되는 품목을 직접구매 대상품목으로 지정, 일정규모(40억원 이상 종합공사, 3억원 이상 전문공사) 이상 공사에서 공공기관이 관급자재로 설계에 반영해 직접구매해 시공사(건설사)에 전달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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