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풍력발전기 전용 공장 운영…에너지 전환 깃발 꽂다

경남에 위치한 유니슨 사천 공장에서 4.2MW 발전기의 인증 심사를 위해 직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경남에 위치한 유니슨 사천 공장에서 4.2MW 발전기의 인증 심사를 위해 직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국제풍력에너지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세계 풍력 누적 설비용량은 540GW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한지 이제 갓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걸음을 막 떼기 시작한 풍력 정책 아래 업계는 얼마나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까. 경남 사천에 위치한 유니슨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찾아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풍력 발전기 제조 기업인 유니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풍력발전기 전용 공장을 운영한다. 사천공장은 연면적 29만m²에 달하는 부지에 풍력터빈과 타워, 발전기를 생산 시설을 갖췄다. 연간 공장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력발전기는 500MW 규모로, 풍력 타워는 400기를 생산할 수 있다.

공장은 해안에 바로 인접해 있어 규모가 크고 무거운 제품 운송과 수출에 유리하다. 바지(Barge)선이 바로 접안하기에 편리한 위치다. 이날 기자가 공장 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것도 공장 후문 쪽 해안도로 연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었다. 바지선에 타워를 바지런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었다.

공장을 둘러보기 전, 안전을 위해 헬맷을 착용하는데 안내를 맡은 신동원 유니슨 부장이 “꽤 더우실 것”이라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공장 안은 얼마나 덥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증막보단 조금 덜 더운 정도”라며 빙긋 웃었다. 쨍하게 맑은 날인데다 기온은 매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수준이었으니 공장 안이 문제가 아니라 공장으로 향하는 길에 이미 이마와 콧등에 땀이 뻘뻘 흘렀다.

하지만 막상 공장에 들어가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과 거대한 부품들을 맞이하니 더위는 잊게 됐다. 공장에는 사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할 만큼 큼직한 나셀과 허브가 늘어져 있었고 작업복과 헬멧을 맨 직원들이 부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 부장은 “지금 영광 풍력단지에 보낼 설비들이 다 출고돼 남아있는 게 몇 개 없다”며 바로 앞에 놓인 2.3MW 규모의 나셀을 가리켰다. 그는 “이 부분이 허브와 연결되면 터빈이 되는 것”이라며 “모두 영광풍력발전단지에 들어가는 설비들”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슨은 그간 영광풍력발전(79MW)와 정암풍력발전(32MW)에 U113 2.3MW 풍력발전기 50여기를 생산·공급해왔다. 영광풍력발전의 경우 공사진행률은 90%에 다다른다. 10월까지 남은 6기를 설치하고, 9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상업운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준공 예정은 12월 말이다.

마침 공장을 찾은 날 공장 안에서는 유니슨이 준비하는 신제품인 4.2MW 풍력발전기의 설비 인증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신 부장은 “독일 기관의 담당자를 불러와 인증을 받는 것인데, 검사 기간 이틀을 위해 담당자에게만 1500만원을 낸다”고 귀띔했다. 담당자와 유니슨 직원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공정과 설비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인증 심사관이 4.2MW발전기의 허브 설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증 심사관이 4.2MW발전기의 허브 설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유니슨의 4.2MW 풍력발전기는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지난해 2016년 개발에 착수해 이제 막 시제품을 완성하고 공장 시험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다음달 전남 영광 테스트 사이트에 풍력발전기 1대를 설치하고 인증 절차를 연내에 완료할 예정이다. 신 부장은 “내년부터는 4.2MW 제품을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4~4.5MW급 풍력 터빈은 5개 모델에 불과한데다 실제 제품 개발까지 완료한 모델은 3개에 그치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시장 점유 가능성을 긍적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슨은 앞으로 주력 제품을 4.2MW 제품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이 육·해상 두 곳 모두 설치가 가능한데다 운송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듈식 개념을 도입해 적은 비용으로 운반과 설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슨이 내다보는 미래 역시 해상풍력발전이다. 가까이는 서남해해상풍력의 2단계 시범단지(400MW 규모) 계획이 구체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해외 시장에서 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더 큰 규모의 발전기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타워에 들어갈 리프트 점검, 도색 등을 하고 있는 직원들.
타워에 들어갈 리프트 점검, 도색 등을 하고 있는 직원들.

터빈 공장에서 자리를 옮겨 둘러본 타워 공장은 예상과 달리 텅 비어있었다. 신 부장은 “영광발전단지에 전부 타워를 출고한 상태”라며 “지난주만 해도 타워로 가득 차 있어 장관이었던데다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공장 밖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는 몇 기의 타워 안에 들어갈 리프트를 손보거나 도색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보였다. 그들이 더운 자리에서 까맣게 그을리며 일한 만큼 에너지 전환도 앞당겨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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