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가와 전문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직에서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그 일은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남다른 좋은 결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가 반드시 찐 전문가일까? 혹시 숙련가는 아닐까? 전문가는 숙련가이지만 숙련가가 반드시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즘의 현실은 숙련가와 전문가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익숙한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예측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때문에 조직은 더욱 민첩해졌고 지금까지 전문가로 굳게 믿어왔던 숙련가에 대한 익숙하지 않은 요구는 커졌고 숙련가의 대응은 힘겨워졌다. 살아남기 위해 숙련가가 아니라 찐 전문가로 거듭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참 불편한 진실이다. 숙련가로 남고자 해도 현실은 또다른 변화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숙련가와 전문가는 전혀 다른 개념일까? 아니면 숙련가의 진화된 모습이 전문가일까? 숙련가와 전문가의 몇 가지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숙련가는 ‘경험’에 집중하고 전문가는 ‘학습’에 집중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정의했던 전문가는 일단 경력이 화려해야 했고 경험이 많아야 했다. 변화가 느슨하던 시절에는 조직이 직면하는 위기나 문제들은 예측 가능하거나 반복된 것들이었다. 따라서 산전수전 다 경험한 사람이 위기를 모면하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그만큼 컸다. 그래서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익숙한 문제보다 낯 설은 문제가 더 많아 졌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지뢰처럼 이곳 저곳에서 터지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 빠르고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결정적인 결정장애를 겪어야 하고 위험해질 공산이 커졌다. 숙련가의 잘못이기 보다는 세상이 유별나게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숙련가는 보다 많은 학습량과 보다 빠른 학습을 통해 필요한 실력을 충천해야 찐 전문가로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 숙련가는 ‘과거’보고 현재를 다지고 전문가는 ‘미래’를 보고 현재를 다진다. 관점의 차이가 숙련가와 전문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숙련가는 과거가 절실하고 전문가는 미래가 절실한 법이다. 미국 다빈치 연구소장이며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면 좋은 미래가 온다는 믿음은 아름답지만 불안한 가설이 되었다. 물론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 공감하지만 미래의 방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헛고생을 피할 수 있다. 미래를 살펴야 현재를 정확히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침한 눈으로 튼튼한 다리만 믿고 열심히만 달리면 서있는 사람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숙련가는 최선을 다했던 과거로부터 얻은 명예를 크게 생각한다. 그러나 훌륭하고 가상한 의지만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많은 숙련가들이 불안감을 이미 느끼고 있지만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뒤 돌아서서 발 밑만 보지 말고 고개를 들고 앞을 보며 발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불안한 숙련가에서 존경받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다.

셋째, 숙련가는 ‘체면’에 민감하고 전문가는 ‘생존’에 민감하다. 숙련가는 자신이 이룬 공적과 경험을 남들이 인정해 주길 바란다. 지극히 당연한 기대감이다. 이런 기대감은 자부심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과 다른 관점을 접하거나 반대자를 만나면 자신의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믿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남들의 비웃음을 견딜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생존을 위해 도전 받을 기회를 즐긴다. 반대를 좋아하고 비웃음에 둔감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위험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체면에만 민감한 숙련가는 개선의 기회를 잃고 점점 더 힘들어지겠지만 전문가는 생존을 목표로 얼마든지 도전을 기꺼이 수용하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기 때문에 개선할 기회를 얻고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신이 숙련가인지 전문가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일과 관련된 세가지 질문을 통해 단계별로 검증해볼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해왔던 일의 목록을 나열해보면 적지 않은 분량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목록에는 자신이 직접 한 일과 참여한 일이 혼재되어 있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경험과 경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이 포함되어 있고 누구나 이 단계는 풍성하게 나열할 수 있다. 둘째, 첫번째 질문에서 나열한 일 가운데 본인이 직접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완수한 일들을 목록에 체크해 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본인이 직접 참여하여 능숙하게 수행했던 일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러면 첫 질문에 비해 체크할 일의 목록은 줄겠지만 진정한 숙련가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 질문은 두번째 질문에 응답한 목록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골라서 체크해보는 것이다. 조직에서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나 모호하다면 생각의 변화를 통해 나만의 전문성에 더 많은 의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소 가혹한 주문이지만 숙련가에서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숙련가에서 멈추지 말고 숙련된 본인의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은 또 변할 것이고 조직의 평가는 더욱 냉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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