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보다 중소벌크 선사 타격 더 심해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자국 내 공급 부족을 이유로 올 초 시작된 인도네시아 정부의 유연탄 수출금지 조치로 현지에 발이 묶인 국내 선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화주보다 선사들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는 대다수 화주가 포스코, GS글로벌, 한화, 발전사와 같은 대기업 및 공기업인데다 재고 물량에 여유가 있는 반면에 유연탄을 운송하는 선사들 대다수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탄 생산량의 25%를 의무적으로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정책(DMO)을 펼치고 있으나 현지 석탄 생산업체는 유연탄 국제가격 급등으로 내수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수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선적을 완료한 선박을 기준으로 우선 출항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으나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5일 단 한 척만 출항했다.

의무공급을 지킨 석탄업체는 수출할 수 있지만 지키지 않았던 업체들은 아직 제재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 기준 현지 항만에 대기 중인 선박은 14척, 선적지를 다른 나라로 변경한 선박은 3척, 1척은 인도네시아로 운항 중이다.

한국해운협회(회장 정태순)에 따르면 14일 기준 선사 피해액은 217만5000 달러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 대부분이 대기업 및 공기업이지만 현지에 발이 묶인 국내 선사들 대다수가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이다”라며 “정부 및 여론이 석탄 수급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중소 선사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 한 척당 대략 하루 1만5,000달러 비용이 증가하며 이 금액은 업종 특성상 부채가 높은데 몇몇 선사 처지에서는 회사 생존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금액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해운 운임이 급등했다고 하지만 컨테이너선과 달리 석탄을 운송하는 벌크선은 화주와 10년~15년 장기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운임 상승의 혜택을 입지 못했다.

선사들 사이에서는 해양수산부 및 해운협회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표시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베의 소재산업 수출규제 때와 비교해 관심 및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는 펀드멘털이 강한 삼성, 하이닉스 등 대기업이었지만 인도네시아에 발이 묶인 선박은 대부분 중소 선사인데다 기간산업이라는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김모씨는 “최근 해상운임이 올랐다고 하는 하지만 컨테이너와 달리 벌크선은 10년~15년 장기계약 했기 때문에 최근 운임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한진해운 파산에서 알 수 있듯이 해운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간산업이라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해운협회가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금지 조치 이후 13일 지나서 대책 회의를 하고 14일 해수부에 공문을 보냈다”라며 “눈에 띄는 정치적 로비나 여론몰이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협회 관계자는 “문제해결이 우선순위”라고 해명했으나 업계 관계자는 “공문 보내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협회에서 중소 선사의 입장을 정부에 강하게 전달해서 신속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선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체선료다.

통상 선적항에서 대기하면 선사는 공급사(인도네시아 수출업자)로부터 하루 계약된 금액만큼 체선료를 보상을 받지만, 이번 사태는 공급사에서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을 함에 따라 체선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구매계약서에 따르면 불가항력의 경우 공급사, 화주 모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금지로 전력, 건설 등 국내 여러 산업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하지만 당장 손해가 눈에 보는 중소 선사들의 피해와 비교할 수 없다”라며 “정부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해 이번 사태를 신속히 해결하고 회사 간 거래 관계이지만 해수부와 해운협회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서 중소 선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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