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 택소노미 초안 공개…美 이어 원자력 인정
K-택소노미 원전 배제돼 원전수주 ‘악영향’ 우려 지적

프랑스 EDF가 건설 중인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 C(Hinkley Point C) 원전 건설 현장. 지난 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녹색투자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초안을 공개하면서 K-택소노미에 원전이 배제된 상황과 맞물려 해외원전 수주 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EDF가 건설 중인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 C(Hinkley Point C) 원전 건설 현장. 지난 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녹색투자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초안을 공개하면서 K-택소노미에 원전이 배제된 상황과 맞물려 해외원전 수주 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유럽연합이 방사성폐기물 처분계획 등의 수립을 전제로 원자력을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했다. 당초 독일을 비롯한 반원전파 국가가 엄격한 수준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요구했지만, 일반적인 원칙을 천명하는 정도로 그치면서 유럽 원전시장 확대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3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해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인 녹색투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초안을 마련했다. 공개된 초안은 EU의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해 방사성폐기물의 처분계획과 사업 자금, 부지 등을 확보할 것을 전제로 녹색투자로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신규 원전은 오는 2045년까지 당국의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친환경으로 인정받는다.

논란이 된 방사성폐기물 처분계획은 장기 보관이나 최종 처분으로 인한 잠재적인 위협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밝히는 선에 머물렀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는 이번 결정이 향후 국제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을 무탄소에너지원으로 인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EU도 같은 대열에 동참했다”며 “공교롭게 우리나라는 EU의 초안 공개 바로 전날 원자력을 배제한다고 발표하는 등 국제적인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U와 우리나라가 정반대되는 결정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 원자력계의 해외원전 수주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진행되는 원전 사업의 특성상 절반 이상의 금융을 사업자가 직접 일으켜야 한다”며 “K-택소노미에 원전이 배제돼 국내 자금줄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유럽 현지에서 조달한 자금만으로 동유럽 등 신규 원전 사업에 참여하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녹색분류체계는 단순히 자금조달 수단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넘어 원자력에 대한 해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잣대”라며 “원전 사업은 건설부터 운영, 해체에 이르기까지 100년에 가까운 생애주기를 지니는데, 과연 어떤 유럽 국가가 장기간 동행할 파트너로 한국을 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EU는 이달 중순께 정상회의를 열고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