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카 양주 폐차장에서 진행
36개 모듈 구성, 부속품은 소재업체가 수거
사용후 배터리 수 2029년까지 500배 증가
BMS 프로토콜 공개, 정부 지원.인센티브 필요

지난 11월 23일 굿바이카 양주 폐차장에서 진행된 현대차 G80 배터리 해체쇼를 업계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굿바이카 양주 폐차장에서 진행된 현대차 G80 배터리 해체쇼를 업계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달 2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위치한 굿바이카(대표 남준희) 폐차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해체쇼’가 열렸다.

해체쇼하면 참치가 떠오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참치식당에 값진 참치가 들어오면 주방장이 능숙한 칼솜씨로 참치를 부분부분 해체해 제공하듯 전기차 배터리 해체쇼도 이와 비슷했다.

굿바이카 현장 직원의 능숙한 솜씨로 폐차장으로 입고된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탈거해서 이를 팩, 모듈 단위까지 해체하고 배터리를 뺀 남은 부속품은 필요한 이가 가져가는 과정이 참치 해체쇼과 흡사했다.

이날 해체쇼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관계자, 협회 전문가, 투자사 임원까지 구경꾼들이 몰려 사용후 배터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해체 당한 주인공은 현대차의 G80 전기차이다. 차량은 정면충돌로 앞부분이 완파돼 폐차로 입고됐으며 내부 선팅필름 밑에 종이가 덧대어 있는 점에 미뤄 출고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대형 지게차가 G80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 차량 밑바닥에 배터리 팩이 보였다. 직원이 전동공구로 팩 대부분의 나사를 풀고 다른 지게차로 팩 밑부분을 받힌 뒤 남은 나사를 풀자 팩이 그대로 탈거됐다.

탈거된 팩은 창고 안으로 옮겨져 본격적인 해체가 이뤄졌다.

배터리 팩은 생각보다 꽤 단단하게 조립돼 있었다. 수십 개의 나사를 푼 뒤에야 팩 뚜껑이 열리면서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의 모듈과 각종 부속품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배터리는 한 열에 9개씩 총 4개열에 36개의 모듈이 장착됐고 모듈마다 12개의 파우치형 셀이 들어있었다. 공식 제원에 따르면 G80 배터리 용량은 87.2kW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7㎞로 전비는 4.3㎞/kWh이다.

굿바이카 직원들이 모듈을 해체하고 있다. 총 36개의 모듈이 들어있다.
굿바이카 직원들이 모듈을 해체하고 있다. 총 36개의 모듈이 들어있다.
G80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적용하지 않고 기존 차량 외관에 배터리를 장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홍용식 굿바이카 팀장은 “기존 차량의 외관에 배터리 팩을 장착하다 보니 그만큼 운전석에서 천장 높이가 좁아진 느낌이고 특히 부속장치(파워릴레이어셈블리)가 팩 뒤쪽에 배치돼 뒷자석 공간이 더욱 좁게 느껴지는 것이 E-GMP 차량과의 가장 큰 차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30여분 간의 해체쇼가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모듈까지 걷어내자 팩 바닥에 흰색의 고무 물질이 도포돼 있는 것이 보였다. 고무찰흙처럼 생긴 이 물질은 손에 오래 쥐고 있어도 차가운 성질을 유지하는 특성을 보였다. 참관인들에 따르면 이 물질은 배터리 셀에서 나오는 열을 자체적으로 식히는 동시에 냉각수가 흐르는 팩 하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모듈은 굿바이카가 소유하고 나머지 부속품들은 소재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가 수거해갔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량화 등 배터리 소재분야에서 개선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그러한 것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의 배터리는 2020년까지 등록 차량의 경우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고, 2021년 이후 등록 차량은 운전자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해체쇼가 진행된 창고 안에는 여러 전기차 배터리 팩이 보관돼 있었다. 그 중 며칠전 해체된 테슬라 모델Y의 배터리도 있었다. 현대차와 테슬라의 배터리는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많은 차이를 보여 참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테슬라 배터리는 21700(가로 21mm, 세로 70mm) 원통형 셀이 약 4400여개 들어있는데 단 3개 모듈로 이뤄져 있어 모듈 부피가 상당히 컸다. 놀라운 점은 4400여개 모든 셀이 전선으로 연결돼 있고 본드로 접착돼 있었으며 모듈 윗부분은 실리콘으로 도포돼 있어 셀을 분리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홍 부장은 “배터리 재사용 관점에서 볼 때 테슬라 배터리는 활용 가치가 거의 없고 오로지 재활용만 가능한 상태”라며 “그에 비하면 현대차 배터리 디자인이 사용후 배터리 관점에서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굿바이카는 정부 규제샌드박스 허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로는 수명이 끝났지만 아직 70~80%의 잔존가치가 있는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해 캠핑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워뱅크를 만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수는 2020년 159개에서 2029년 7만8981개로 500배 증가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후 배터리 시장규모는 2018년 6100만달러에서 2025년 78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굿바이카는 보다 안전한 배터리 해체 작업을 위해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는 “배터리 방전을 하고 싶어도 제조사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프로토콜을 공개하지 않아 할 수가 없다”며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토콜이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이어 “배터리는 지자체에 반납되기 때문에 배터리 해체작업은 국가가 할 일인데 이를 폐차장이 대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배터리 해체작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모듈을 모두 걷어내자 바닥에 열 전도를 위한 흰색 고무물질이 나타났다.
배터리 모듈을 모두 걷어내자 바닥에 열 전도를 위한 흰색 고무물질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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