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장 감독관과 회사의 동상이몽
작성 : 2021년 09월 23일(목) 15:40
게시 : 2021년 09월 24일(금)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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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공사는 상호 간에 약속(계약)을 통해 진행된다. 발주처는 적정공사비를, 낙찰업체는 적정품질의 공사 결과물을 서로 교환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간혹 약속과 달리 낙찰업체가 아닌 다른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가 발주처의 전기공사를 시공할 때가 있다. 업체의 불법 하도급 행위인가? 아니다. 발주처 담당자의 속내가 반영된 결과다.

공공공사에서 현장감독관 등 발주처 담당자가 시공사에 특정 업체를 넌지시 언급하는 경우다. 그 업체에게 하도급을 맡기라는 뜻이다. “너희가 낙찰했지만 나는 이 회사가 시공했으면 한다”는 속내다. 드물지만 업체 리스트를 직접 나열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 그런 감독관이 어딨냐. 큰일날 소리다’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와는 풍토가 많이 바뀌었다. 젊은 감독관들이 많아지면서 사례도 줄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상황을 봐서 넌지시 돌려서 말할 뿐 문화는 여전하다. 필자가 최근에 직접 접한 얘기만 하더라도 사례가 꽤 된다. 전기공사뿐 아니라 정보통신공사등 타 공종도 마찬가지다.

감독관이 특정 업체와 커넥션이 있을수도 있지만, 계약업체의 시공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너희는 내가 처음 본 시공사라서 믿지 못하겠으니 내가 아는 경험이 있는 곳에 맡겨야겠다’는 생각이다. 시공이 까다로운 상황일수록 경우는 더 빈번하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니 문서화하거나 직접 언급하지 못하고 애둘러서 표현하곤 한다. 난감한 건 시공사다. “법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기엔 문제가 복잡하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감독관과 사이가 틀어져서 좋을 게 없다. 감독관이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게 행동하면 그만큼 시공사는 이윤이 깎인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하도급을 맡기곤 한다. 가끔은 화가 난 시공사가 감사실에 민원을 넣기도 하지만 이것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나 가능한 일이다.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는 직원조차 몇 명 안되는 소규모 회사들이 대다수다. 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해서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바르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공공 발주처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전기공사업 종사자들 역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실력 증진에 노력해 적정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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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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