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교수의 등촌광장)미얀마 사태와 해외자원개발
작성 : 2021년 04월 02일(금) 16:51
게시 : 2021년 04월 06일(화)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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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시작된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군의 날인 지난 27일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인해 민간인 91명이 사망했다고 외신이 전하고 있다. 쿠데타 이후 민간인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 섰다.

1980년 광주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이 미얀마 쿠데타를 남의 나라 일로 여기지 않고, 미얀마 국민들에게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2일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국방・치안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되는 취루탄과 취루탄 발사체, 군사 목적으로 전용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의 수출을 금지한 것은 미얀마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연간 3000억에서 4000억 원의 수익을 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해외자원개발사업이 미얀마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일부 국내 단체들이 사업으로 인한 수익이 군부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은 가스전의 탐사에 성공하고 일부 지분 참여를 통해 배당을 받는 재무적 성공을 넘어 포스코인터네셔널이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생산과정 전반을 직접 운영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원개발사업이다. 해외자원개발에서 운영권자로서의 경험이 있고 없고는 일반 제조업에서의 성공과 그 성격이 다르다.

일반 제조업도 해당 국가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자원개발은 자원보유국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취득하고 개발에 성공해서 생산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대가를 로열티 또는 생산물을 현물로 자원보유국 정부에 지급한다. 성격상 해당 국가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세계질서의 기본원칙인 자원주권주의의 적용 대상이며, 석유·가스·광물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정부의 직접·간접적 통제가 강하다. 그래서 미국계 메이저 회사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자원개발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을’의 지위에 서 있으며, 자원보유국의 정치적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자원보유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 국유화 또는 각종 규제수단으로 사업이 곤란에 처하게 된다. 투자보장을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두더라도 자산을 국유화하는 경우, 짧아야 몇 년에 걸친 분쟁절차 이후에 금전보상을 받기 때문에 자원개발회사는 그 사이에 망하거나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정치적 위험은 후진국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허가 거부, 허가 절차의 지연, 조세 정책·환경 정책의 변화 등으로 후진국 못지않은 정치적 위험들이 발생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원은 선진국보다 후진국들에 많다. 석유・가스는 중동의 왕국 또는 비민주국가들에, 텅스텐·코발트 등은 아프리카의 독재국가에서 발견·생산되고 있다. 제조업 국가이면서 국내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숙명적으로 이렇게 정치적 위험이 높은 국가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수입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얀마 군부의 돈줄이라고 비난하면서 지급해야 할 대금의 지급을 거부한다면 수 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포기해야 하고, 향후 발생하는 이익 또한 상실하게 될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가족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일부 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이란에 지급하는 달러가 우리나라 상선을 나포하는데 사용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조의 호주머니 돈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흑인이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나 총격을 가하는 미국에서 가스를 수입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최근 군부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는 프랑스의 토탈, 우리나라의 포스코인터네셔널에 대해 가스전 사업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군부로 가는 자금줄을 끊겠다는 것인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누구 편을 들기 어려운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자원개발협정서를 준수하는 것이 사업을 지키는 길이지만 이 또한 교과서적인 답이다.

가장 어려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비난보다는 응원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때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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