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요?”···두 남자의 기적 같은 버스킹 로드 무비

▲박스를 써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뮤지션과 성공이 제일 중요한 폼생폼사 프로듀서의 기적 같은 버스킹 로드 무비 ‘더 박스’ 메인 포스터.
▲박스를 써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뮤지션과 성공이 제일 중요한 폼생폼사 프로듀서의 기적 같은 버스킹 로드 무비 ‘더 박스’ 메인 포스터.

[전기신문 추남]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트라우마를 음악과 함께 씻어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런던 바비칸 센터와 글로브 극장에 한국 최초 초청, ‘페르귄트’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수상,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연출가 양정웅이 음악 영화 ‘더 박스’로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원스’(2007) 이후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등을 중심으로 떠오른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 24일 개봉하는 ‘더 박스’는 그룹 엑소(EXO) 멤버 겸 배우 찬열(본명 박찬열)과 조달환이 함께 그려나가는 버스킹 로드 무비다. 지난해 10월 사생활 논란을 빚은 찬열의 스크린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케미는 없어도, 음악은 폭발!= ‘더 박스’에는 100가지 중 99가지가 안 맞지만, 단 하나 ‘음악’으로 통하는 두 남자가 있다. 박스를 써야만 음악적 재능이 폭발하는 지훈(박찬열)과 지금은 1원 한 푼 없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본능적 감각이 뛰어난 프로듀서 민수(조달환)가 그들이다. 우연히 지훈을 발견한 민수는 10번의 무대를 함께 할 것을 우격다짐으로 약속하고 여정을 시작한다.

‘더 박스’에서 지훈의 첫 무대는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차이나타운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지훈을 위해 민수는 그의 키만한 냉장고 박스를 구해 많은 사람들이 알 법한 노래로 버스킹을 할 것을 제안한다. 지훈은 뜻밖에 애국가를 일렉기타로 연주해 보는 이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재미를 안겨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쓰러져 긴장감을 전한다.

여기서부터 ‘더 박스’는 관객들에게 앞으로 이들이 펼쳐 나갈 무대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질 것을 기대하게 만들어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또 첫 버스킹에서 일어났던 일로 인해 둘 사이의 묘한 케미도 점차 돋보여 딱 1가지만 맞았던 이들이 어떻게 합을 맞춰나갈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세계적인 명곡들로 하나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한 발씩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은 관객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며 음악 여행 속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힙한 장소, 명곡 쏟아지다= ‘더 박스’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힙(HIP)’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주옥같은 명곡들이다. 극 중 민수가 찾아가는 인천, 전주, 경주, 여수, 울산, 간절곶, 부산 등의 아름다운 배경을 무대로 지훈은 중저음이 매력인 감미로운 목소리를 악기 삼아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퍼렐 윌리엄스, 쳇 베이커, 머라이어 캐리 등 최정상급 가수들의 명곡을 부른다.

그 중 ‘더 박스’ 오프닝을 강렬하게 장식하는 다이나믹 듀오 개코 버전과 박찬열이 선보이는 어쿠스틱 기타 버전의 ‘bad guy’는 빌리 아일리시의 원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버스킹 로드 무비의 서막을 연다. 이후 지훈과 민수의 계약여행에서 펼쳐질 머라이어 캐리의 ‘without you’, 퍼렐 윌리엄스의 ‘happy’,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 등 빌보드 차트를 휩쓴 팝 명곡과 함께 ‘매일 그대와’, ‘맨발의 청춘’ 등 국내 명곡들의 편곡 버전까지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더 박스’ 초반, 중반, 후반에 각각 등장하는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 루이 암스트롱이 불렀던 ‘what a wonderful world’, 콜드플레이의 ‘a sky full of stars’ 등 판타지 씬은 말 그대로 환상적인 콘서트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손꼽히는 무대연출을 해 온 양정웅 감독의 장기가 돋보이는 지점으로, 국내 명소들을 멋진 무대로 탈바꿈하면서도 음악 영화라는 장르를 부각해 버스킹의 정점을 연출해 냈다.

▲‘더 박스’ 스틸컷(사진=씨네필운)
▲‘더 박스’ 스틸컷(사진=씨네필운)

◆찬열X조달환···에코브릿지= ‘더 박스’는 박찬열과 조달환의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엑소 찬열에서 배우로 찾아온 박찬열이 지훈 역을 맡아 진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했다. 박찬열은 허스키 보이스가 돋보이는 가창과 기타, 드럼 연주는 물론 지훈의 성장을 상징하는 중요한 곡인 ‘break your box’ 작사에 직접 참여해 오랜 시간 아티스트로서 쌓아온 자신의 견고한 음악 세계를 가감없이 펼쳐 보일 예정이다.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 조달환은 최정상에 올랐다 바닥으로 떨어진 캐릭터(민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조달환은 음악만은 날카롭게 판단하는 카리스마와 자신이 발굴해 낸 아티스트에 대한 의리 있는 모습 등 프로 같은 면모와 휴머니즘이 전달되는 감성까지 느끼게 해 영화의 드라마를 살렸다. 숨어있는 원석을 발견해 보석으로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더 박스’ 스토리에 몰입도를 더할 예정이다.

여기에 정엽의 ‘Nothing better’ 작곡자이자 음반 프로듀서, 작곡가, 편곡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화려한 트랙리스트에 힘을 실었다. 음악과 사람의 따뜻한 교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음악 세계는 음악으로 하나 되어 한걸음 더 나아가는 지훈과 민수의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에코브릿지의 ‘어느 날 문득’, ‘부산에 가면’ 등은 ‘더 박스’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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