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는 오랫동안 써야하는 제품인데 중소기업 제품은 고장날까봐 무서워요. 세입자들을 위해서라도 승강기는 대기업 제품을 쓰고 싶어요”

서울 일대에 다수의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 A씨와 나눈 대화이다.

승강기는 수천만원의 가격을 지불하는 제품인 만큼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대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의 제품은 중소기업 제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쓸 돈, 확실한 대기업 제품을 사겠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다.

국내 승강기 시장은 승강기 BIG4라고 불리는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오티스 엘리베이터, 미쓰비시 엘리베이터가 약 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제품은 견적서조차 확인하지 않는다. 애초에 선택지에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안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한번 사면 마음대로 교체하지 못하고 오래 써야한다는 사실과 건물주로써 승강기 고장이라는 귀찮은 일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중소기업 승강기가 대기업 승강기보다 고장이 더 자주 난다’라는 명제는 소비자들의 직관에 의한 것이지 구체적인 통계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승강기 중소기업 중에서도 걸출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들이 엘리베이터 회사 이름을 알고 있기는 쉽지 않아 거리감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대기업이라는 ‘보증수표’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체적 계기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국내 승강기 안전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철저한 인증제도를 통해 입증받는다. 이용자의 안전이 걸린 만큼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것이 승강기다.

인증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받았다면 시장에 나올 자격이 충분한 제품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국내 승강기 인증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면 최소한 ‘중소기업 제품은 고장이 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인증을 위해 업체들은 피 같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힘들게 받은 인증이 단순히 시장으로 들어가는 통행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보증서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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