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유업계에 기름값 인하를 요청 아닌 요청을 했고 마지못해 정유업계는 3달간 한시적으로 ℓ당 100원을 인하했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계속됐고 인하 기간이 끝나면서 기름값이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오르자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기름값이 이상하다”며 대책을 지시했고 그로부터 수개월 후 한국석유공사가 운영을 총괄하는 알뜰주유소 정책이 태어났다.

경기도 용인 이마트에 생겨난 1호 알뜰주유소는 첫날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살인적 기름값에 ℓ당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던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가 주변 주유소보다 무려 50원이나 저렴하게 판매하자 밤세워 줄을 서서라도 기름을 채워가는 풍경이 벌어졌다.

그렇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알뜰주유소는 농협과 한국도로공사까지 뛰어들면서 현재는 전체 주유소 수의 10%가량인 1180여개까지 늘어나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일반주유소보다 ℓ당 30~35원가량 저렴하다. 알뜰주유소가 소비자 후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에는 소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판매자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판매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도 중요하다.

알뜰주유소 정책이 저렴한 공급가격을 통해 알뜰주유소 사업자한테 이득을 줬겠지만 반대로 이들과 경쟁하는 일반주유소 사업자들은 정책적 피해를 본 셈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누적된 피해의 결과물이 좀비주유소이다. 좀비주유소는 수익이 악화돼 폐업을 하고 싶어도 수억원에 달하는 폐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방치되다가 가짜석유 온상지가 되고 있는 주유소를 말한다. 지난 10월 100건 이상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공주·논산 주유소의 가짜석유 파동은 좀비주유소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누군가에겐 이득을, 누군가에겐 피해를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의 부작용에도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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