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표 변호사의 등촌광장)2050년 탄소중립과 기후주권
작성 : 2020년 11월 16일(월) 10:29
게시 : 2020년 11월 17일(화)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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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정책, 올해 7월 그린 뉴딜 발표, 그리고 올해 10월말 2050 탄소중립(Net Zero) 목표 선언을 통해 드디어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이니셔티브의 대강이 드러났다. 완전한 탈탄소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탈탄소 이니셔티브가 의도대로 실행된다면 우리나라는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머지않아 벗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부의 목표와 선언만으로 탈탄소사회가 도래할 리 없음은 자명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산업 법체계와 전력시장 운영방식의 변화, 전력공급 인프라의 보강, 그리고 전기요금체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전기소비자의 수용성을 제고하고 탈탄소정책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적극 배려하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이때, 단순한 목표와 선언에서 더 나아가 탈탄소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법과 정책에 대하여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정부와 입법자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법과 정책은 국가주권(state sovereignty)의 바탕 하에 마련될 것. 지금까지의 에너지전환 등 일련의 탈탄소사회 정책과 선언은 분명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 비판하며 국제적 연대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환경단체들이 분투한 결과이다. 이들은 거대하고 완전한 단일 생태계로서의 ‘하나뿐인 지구’를 직시하라고 하면서 국경을 초월하여 발생하는 기후변화 문제가 국가 자율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을 불신하며 인류 전체의 공영을 위해 국가주권과 국가이익의 영향 최소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우리나라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국가주권의 개념과 상충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탈탄소사회로의 이행은 기후변화 위기의 속도를 완화하고 그린 뉴딜을 통해 미래신산업을 창출하고 육성하는 효과를 낳겠지만, 그간 국가경제를 지탱해온 전통산업들과 그 종사자인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도 줄 것이다. 전세계 시민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국가주권의 행사를 위임 받은 대한민국 정부와 입법자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더라도 그와 더불어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대한민국과 전체 국민의 이익을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가마다 자연환경과 기상, 재생에너지와 전력공급 인프라에 대한 주민수용성,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력이 상이한 만큼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원믹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역시 국가주권적 관점에서 궁리해야 할 것이다.
둘째,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은 법의 지배(rule of law)에 따라 실행될 것. 탈탄소정책은 탄소 배출과 연관된 산업과 설비를 억제 또는 폐지하는 조치를 수반하므로 부득이하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속성을 지니게 된다. 헌법 상 법률유보 원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성문법률에 의할 것을 요구하고 헌법 상 과잉금지 원칙(비례원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한다. 적법절차 원칙을 도외시하거나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정책 주도형 에너지전환은 수많은 법적 갈등과 분열, 그리고 위법성 논란에 따른 후유증을 남길 뿐이다.
셋째, 탈탄소정책 실행을 위한 적정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가주권의 행사를 위임받은 정부와 입법자는 주권의 원천인 국민들에게 충실의무(fiduciary duty)를 부담한다. 이러한 충실의무는 그들이 국가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림으로써 이행된다. 탄소중립의 유토피아적 이미지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그들의 충실의무를 경감시켜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한때 자주개발율 제고라는 절체절명의 국가과제를 달성하고자 무리수를 던진 일부 자원공기업의 선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탈탄소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하게 될 공기업들로 하여금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 충실의무의 제1과제일 것이다.
박진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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