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건수 조사기간 18년·10년 달해
타 품목 대비 실제 고장률 낮은 수준
PT 공급기준 강화로 제작불량률 낮춰

지난 15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계기용 변압기(PT)가 도마 위에 올랐다. PT 품목의 고장 건수가 많은 데다 그중 50%가 제작불량에 따른 것으로 파악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지가 PT 사용처인 한전·한국수력원자력 및 관련 업계를 취재한 결과 PT의 고장은 통계치누적에 따른 결과로 실제 고장률은 타 품목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PT의 품질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도입 초기와 같은 제작불량 사례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인 점도 확인됐다.

◆‘고장 48건’ 18년 누적 통계치=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한전·한수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PT의 총 고장건수인 48건 중 절반인 24건이 제작불량에 따른 것”이라며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PT는 고전압을 저전압으로 변성하는 변압기로 원전 등에 설치되는 주요 설비 중 하나다.

김 의원의 지적은 지난해 발표한 한수원의 ‘원전 계기용 변압기 신뢰성 평가 시스템 구축 및 기굴규격 개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한수원의 용역발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한전의 고장관리시스템 데이터에 기반해 작성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장건수가 기록된 기간이다. 48건이라는 수치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8년에 달하는 기간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총 6건의 고장이 확인됐다는 제출자료 또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이 조사대상이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기간동안 운영된 1만4000여 대의 PT 중 고장 건수는 6건으로 전체 고장률은 0.04%, 연간으로 계산하면 0.004%에 불과하다”며 “고장률이 ‘제로(0)’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 품목보다 고장건수가 많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PT 규격…“제작불량 발생 어려운 구조”=PT 업계에서는 이번 지적이 유독 PT 품목이 제작불량이 많다는 취지를 읽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 품목 대비 고장률이 낮을 뿐더러 제품 공급기준이 강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억울한 지점이 있다는 얘기다.

PT의 제작불량이 발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급자가 제한적인 특수품목 ▲기술평준화 ▲까다로운 인증기준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PT를 공급하는 제조업체는 5곳 이내로 모두 유사한 수준의 기술력의 보유하고 있다. 또한 원전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KEPIC 인증은 원전 등 전력설비의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주관기관인 대한전기협회가 자격을 평가·관리하는 제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PT 공급자는 원전 등 설비의 중요성을 감안해 KEPIC 인증 및 전기협회 위촉기관 검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오히려 다른 품목보다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제작불량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전·한수원. 설비 안전성 개선도 ‘속도’=PT 사용처인 한전과 한수원은 이번 국감과 무관하게 이미 PT 설비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관계자는 “2008년부터 내용연수 다한 설비를 폴리머타입·가스절연 밀폐형(GIB)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염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염기능이 더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수원의 경우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와의 협의 하에 설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지난 국감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매년 40억원 이상을 투입해 절연체 개발 등 보완조치를 해왔다”며 “앞으로 내용연수와 관계없이 300억원을 투자해서 모든 설비를 조치하는 것으로 원안위와 협의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