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월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 발표 이후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이하 아파트 AMI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국가적 사업이 플랫폼 사업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파트 AMI 사업은 비공개 토론회에 이어 지난 9월에는 상세규격 및 요구사항 의견수렴을, 지난 10월 8일에는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다.

겉으로는 관련 업계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고 사업에 속력을 내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토론회와 설명회에서 제기된 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정부와 민간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스펙을 비롯해 사업제안 등 민간 사업자에 대한 무리한 요구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정부에서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플랫폼 업체 사업자는 “서비스는 민간 사업자가 창출하는 것이지만 이를 만들 환경은 정부에서 조성해줘야 하는데, 현재는 보급에만 초점을 맞춰 사업 계획이 짜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업에 관심을 가진 민간 사업자 중 한 곳은 “사업을 어떻게든 추진해나가고 싶지만, 지금과 같이 사업자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업 참여가 불투명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 사업을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느냐, 구체적인 사업성도 없이 제품 보급만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현재로서 선뜻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본다”고 업계 전반의 상황을 전했다.

민간 사업자가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이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도 데이터 저장 기간이나 용도가 애매하고 과한 부분이 있어 민간 사업자에게 불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AMI 전문가는 “정부가 이번 사업을 보급에 초점 맞추고 있다면 아예 판을 다시 짜야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지난 8일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온라인 설명회에서 “아파트 AMI사업은 단순 보급사업이 아닌 플랫폼 사업”이라고 이번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본 민간 사업자들은 하나 같이 ‘플랫폼 사업이 아닌 보급 사업’이라고 느끼고 있다.

산업부와 전력기반센터도 한목소리로 ‘보급 사업을 넘어 서비스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업의 절반을 책임질 민간 사업자들은 정작 ‘보급사업’으로 느끼고 있다.

정부만 외치는 ‘무늬만 플랫폼 사업’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사업의 구체성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사업의 수익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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