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교수의 등촌광장)에너지가 빠진 에너지 안보・정책
작성 : 2020년 09월 21일(월) 08:21
게시 : 2020년 09월 22일(화)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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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화폐에 대해 실효성은 없고 국가 전체적으로 손실만 발생할 뿐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대해 경기도 지사가 ‘얼빠진’ 보고서라는 비판을 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아무리 국책 연구기관이라 하더라도 본질은 연구기관이고, 연구자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자신의 정책과 이념에 반한다고 얼이 빠졌다느니, 적폐라느니 비난하는 모습 뒤에는 독재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얼’이 빠졌다는 표현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 과연 그 ‘얼’이라는 것이 있는지 다시 고민하게 됐다.
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라면 에너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50년 이상을 바라보는 중장기적 대책들이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언제 확정될지 모르는 9차 전력수급계획(안)을 들여다보면 온실가스・미세먼지・신재생에너지는 찾을 수 있지만, 정작 우리의 현실에서 더 중요한 화석연료의 확보, 천연가스 시장의 유연화, 원자력에 대한 진중한 대책는 찾을 수 없다.
환경단체나 환경부가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나 호주처럼 신재생을 통한 에너지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도 않고, 유럽처럼 연결된 전력망과 가스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화석연료의 국내 자급능력이 거의 ‘0’에 가까운 나라에서 무슨 배짱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환경단체들이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예를 드는 영국은 어떤가. 2015년 에너지・기후변화부의 마지막 장관이었던 암버 러드는 영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연설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우리의 현대 사회는 에너지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최우선 정책순위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건전성과 국민 행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 안보는 신뢰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부담가능하면서 또한 환경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방향도 확인하고 있다.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은 에너지가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기후변화 문제에 우선해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에너지 안보에서 에너지원별 정책 순위를 천연가스, 전력, 원자력, 해상 풍력 등의 순서로 설명한다.
북해 천연가스 생산량 감소의 반전 필요성과 독일과 달리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국으로서는 LNG의 안정적 수입을 위한 정책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국내 천연가스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북해 석유・가스 생산이 1999년 이후 감소하면서 2014년 영국의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46%까지 증가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영국은 최소한 50% 이상의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전력부분에서 해상풍력이나 태양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간헐성이라는 한계로 인해서 천연가스 발전이 충분히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떻게 새로운 투자를 유인해서 적정한 시설을 유지할 것인지가 에너지 안보의 필수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과 탄소포집저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천연가스가 미래의 중요 에너지원이지만, 원자력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과학을 오해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한 발 더 나가서, 탄소포집저장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탄한 국내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부터 틀렸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영국이 석탄발전의 환경침해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대안과 공존의 방법을 찾고 있다. 원자력마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맞게 수립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가 주인공인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프로필
▲한양대 법학과 졸업 ▲인천시, 계약심의위원회 위원 ▲해외자원개발협회, 해외자원개발 정책연구회 회장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산업부, 자원개발전문위원회 위원 ▲산업부, 공기업 구조조정 점검위원회 위원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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