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 코로나19 쓰나미가 닥치기 직전,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리고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오스카 시상식을 보고 있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책에서 읽은 말인데, 누가 하신 말이냐하면... 존경하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하신 말입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고, 그는 각본상을 시작으로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총 4개 부문, 남녀 주조연 연기상과 촬영상을 제외한 주요 3개 부문을 휩쓰는 놀라운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코로나19의 적막 상황이 도래했고, 극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그리고 믿기 어려운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BTS다.

미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2020년 9월 8일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발매 2주차 미국에서 1750만회 스트리밍되고 18만20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 2주 연속 ‘핫 100’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최초로 2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빌보드 역사를 통틀어 ‘핫 100’ 1위로 데뷔한 곡은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 43곡뿐이고, 더욱이 2주 연속 정상을 유지한 곡은 20곡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말할 나위 없다. 지니뮤직 9월1주차 주간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빌보드차트란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대중음악 순위 차트로, 1936년부터 시작된 이래 매주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메인 차트로는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이 있고, 1958년부터 발표된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 100’이 있다.

빌보드 핫 100은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횟수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온디맨드 음원 다운로드 횟수 ▲유튜브 조회수가 합쳐진 순위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 한국 가수가 데뷔한 것은 2009년 원더걸스의 로 76위에 올랐다. 싸이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7주 동안 2위를 기록, 1위가 아쉬웠다. 그리고 2013년에 ‘젠틀맨’으로 5위를 기록했다.

2016년 10월, 씨엘(CL)이 로 94위를 기록했고, 방탄소년단은 2017년 로 67위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5월에는 로 10위에, ‘아이돌’로 11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8년 6월에는 블랙핑크가 ‘뚜두뚜두’로 55위, 2019년 1월에는 어린이 콘텐츠 브랜드 핑크퐁의 동요 ‘상어 가족(영어 버전 Baby Shark)’이 32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음반 차트는 아직 빌보드차트처럼 권위 있는 차트가 없다. 결정적으로는 2019년 '프로듀스' 시즌4 조작사건의 충격이 컸다. 시즌1부터 시즌4까지 데뷔조가 모두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법원은 '프로듀스101' 시리즈 순위조작에 의한 사기 및 배임수재,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엠넷 담당 PD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 국민적 공분을 샀다.

문득 ‘길보드’ 차트가 생각났다. 1980~90년대에 길거리 음반 판매 리어카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들, 이른바 길보드 차트는 요즘으로 치면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실시간 인기 차트와 같았는데, 음반업계에서는 지금의 음원 사이트들보다도 더 정확하게 그 시대 인기곡을 알려줬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며 음악 청취 매체가 바뀌고, 저작권 단속이 강화되면서 길보드는 점차 사라지게 됐지만, 권위있는 차트였음에 틀림없다.

실례로 가수 김현정은 1996년에 취입한 '그녀와의 이별'로 길보드에서 먼저 스타가 돼, 1998년 방송에 데뷔할 기회를 얻을 정도였다. 매니저들이 길보드에 잘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향후 빌보드 차트처럼 권위있고, 신뢰할만한 우리나라만의 차트가 생겨나길 기대함과 동시에, BTS의 롱런을 기대한다.

프로필 ▲연세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정치조사협회 회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 ▲서울시의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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