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925억 규모 수주 국내 전선업체 중 최대
유럽서 신뢰도 높일 계기
고객니즈 적극 반영한 현지 맞춤형 솔루션 제안
지속적 영업활동도 한몫

대한전선은 지난 7월 말 영국의 국영 전력회사인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와 런던 파워 터널 2단계(London Power Tunnels 2, LPT2) 프로젝트의 전력공급망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약 925억원(약 6000만파운드)으로 국내 전선업체가 영국에서 수주한 전력망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또한 대한전선이 유럽 시장에 진출 후 수주한 사업들 가운데서도 역대 최대 수주액으로 기록됐다. 더욱이 대한전선의 이번 성과는 케이블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대한전선이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일선에서 활약한 한지훈 대한전선 유럽본부장으로부터 이번 사업 수주의 성공 비결과 향후 유럽본부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LPT2 프로젝트는 어떤 사업인가.

“LPT2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런던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의 국영 에너지 유틸리티인 내셔널그리드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전력망 설치공사다. 런던 남서부의 윔블던(Wimbledon)에서 남동쪽의 크레이포드(Crayford)에 이르는 약 32.5km의 전력 터널(Power tunnel) 내에 영국 지중 최고 전압인 400kV 전력망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케이블 길이만 200km가 넘는다.”

▶유럽 시장 진출 후 최대 프로젝트 계약을 성사했다.

“사실 대한전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고객들에게는 검증되지 않은 낯선 기업이었다. 미주, 중동, 오세아니아 등에서 높은 인지도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전선의 역량을 알리고 유럽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이번 수주를 통해 수년간에 걸친 전사적인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 또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은 만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다.”

▶대한전선이 경쟁상대보다 어떤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이번 사업은 런던의 전력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것인 만큼 1년 이상의 입찰 과정과 까다로운 업체 평가 및 선정 작업이 이뤄졌다. 특히 자국의 지중 최고 전압인 400kV 전력망으로 런던의 전력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도가 높았다. 이에 따라 제품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및 프로젝트 관리 능력 등 전 영역을 대상으로 종합적이고 면밀한 평가가 진행됐다. 우리는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내셔널그리드가 기존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영국 건설업체나 유럽 전선업체들에 요구했던 기술, 환경, 안전, 프로젝트 계획, 계약 내용 등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중심으로 사내·외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내셔널그리드에 현지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했다. 단순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가져오는 데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당사의 기술력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력이 없는 신규업체를 주요 전력망의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것에 대한 고객사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또 다양한 기술적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의 파트너사와 연계해 인증 계획을 체계적으로 제안하는 한편 협업을 통해 기술적 요건들을 충족했다. 또 타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영국 내셔널그리드의 프로젝트는 까다로운 인증 조건 등으로 인해 제한적인 숫자의 유럽 업체만 경쟁한다. 이 때문에 신규 업체에는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이런 시장에 최초로 진입했다는 점과 함께 이번 사업이 런던 전력 공급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대대적인 프로젝트라는 걸 감안하면 대한전선이 기존 유럽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내셔널그리드가 유럽 내에서 가진 지위를 고려했을 때 이번 프로젝트의 계약이 다른 유럽 내 고객들에게 대한전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대한전선 유럽본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EU 및 Non-EU 국가를 비롯해 러시아 등의 CIS국가(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독립국가연합)까지 유럽 전역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관할하는 지역 본부다. 대한전선은 본격적인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2017년에 영국지사를 설립한 바 있다. 2019년에는 기존의 러시아 지사와 합쳐 유럽 본부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한편, 네덜란드 법인을 신설하며 영업망을 확대했다. 유럽 진출 3년이 지난 현재 대한전선은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에 초고압 전력망을 수출하며 유럽에서의 수주 영토를 확장하고 성과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업 외에도 그동안 유럽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나.

“유럽 시장의 포문은 2017년 스웨덴에서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소규모의 제품 납품 실적은 있었지만,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의 주요 전력망 구축 사업에 당사의 케이블 솔루션을 제공하며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최고 전압인 380kV 프로젝트 수주, 덴마크 8년 장기 계약 등 첫 진출 사업으로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강도 높은 검증 시스템을 갖춘 유럽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실적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펼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럽 전선 시장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유럽 케이블 시장은 한동안 성장이 정체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해상풍력을 필두로 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노후 전력망에 대한 교체 수요 증가, 도시 확대 및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유럽이 환경적인 이슈를 중요시하는 만큼 지중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유럽 내 케이블 소비가 연평균 약 3.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전선이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 본부의 목표는 무엇인가.

“유럽은 전선 산업의 본고장인 동시에 글로벌 전선 산업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본거지다. 이러한 도전적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가 수주한 프로젝트들을 완벽하게 수행해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본사와 공장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유럽 내 경쟁사와 동일한 납기와 현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유럽 각국에 갖추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