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세계적으로 석유자원 확보 경쟁이 한창이던 때. 당시 서울에서 열린 한 자원개발행사에 참석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주요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의 규모 있는 석유자산을 인수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날도 연사로 나온 강 전 사장은 해외 자산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해외가 강 사장의 발언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광경도 목격됐다. 강 전 사장이 화장실을 가려고 나서자 곧바로 외신기자 두 명이 달라붙었다. 기자들은 “어느 지역의 자산을 염두하고 있는냐, 어느 규모까지 계획하고 있느냐”며 중요정보를 캐내려 애썼다.

그해 10월 석유공사는 공언대로 캐나다의 한 석유자산을 5조원에 달하는 39억5000만달러라는 거대한 금액에 인수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현재 이 거래는 석유공사에 막대한 빚만 떠넘긴 채 역대 최악의 거래가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백년대계의 에너지정책을 불과 1~2년만에 번갯불 콩 볶아먹듯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다 발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전환 흐름에 대해서는 절실하게 공감하지만 전환 속도가 너무 빨라 추후 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기차, 수소차는 정부의 과감한 구매지원금에 힘입어 매우 빠른 속도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미세먼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자는 정부 정책 당위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국 1만1400여개 주유소를 포함한 석유사업자들은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못하고 판매 감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폐업비도 없어 야반도주 하는 주유사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휘발유, 경유보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높다고 홍보해 온 LPG차량은 전기차, 수소차에 밀려 완만해지던 판매 감소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정권마다 휙휙 바뀌는 에너지정책에 춤추기 정신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된다. 에너지정책의 속전속결 악순환 고리를 빨리 끊어내고 백년대계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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