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경제성 고려 즉시해체 입장,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연해체 선호하는 듯
공청회에서 결정될 가능성 높아

한수원 관계자가 지난 7일 해운대 문화복합센터에서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초안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가 지난 7일 해운대 문화복합센터에서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초안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 해체전략으로 즉시해체를 우선 고려한다고 밝힌 가운데 원전 인근 주변지역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즉시해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수원이 주민설명회에서 배포한 ‘고리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요약본’에 따르면 “지연해체 시 야기되는 인허가 요건의 불확실성 감소와 장기간 안전관리에 따른 검사와 장비비용 등 해체비용의 변동성 축소 등에 의한 경제적인 측면을 이유로 즉시해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또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이내 지자체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해체계획서’(해체계획서)에 따르면 즉시 해체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즉시해체 전략 제시 및 해체산업 육성정책’을 꼽았다.

한수원 관계자 역시 지난 8일 부산 금정구청에서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지연해체가 즉시해체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원자력발전소 건설 인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해외 해체 시장 개척도 가능하며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원전 인근 지역인 부산 기장군 길천리와 울산 울주군 신리 주민들을 중심으로 안정성을 고려해서 즉시해체 대신 지연해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원전 건설, 가동과 달리 해체가 지역에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가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모든 주민들이 즉시해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한수원이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수원에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즉시해체도 나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대두된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해체산업이라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에 대한 불신이 즉시해체 반대를 촉발했다는 애기도 들린다.

서생면 신리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한수원이 상생을 외치지만 이주대책 및 도로확장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그런 한수원을 믿고 위험성이 따르는 즉시해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장군의 입장은 모호하다, 기장군 관계자는 “주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지연해체가 즉시해체보다 반드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지연해체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관계자는 “주민설명회에서는 해체 후 공원 등 주민편의시설로 변한 외국 사례를 보여주지만 고리1호기만 해체한다면 주변의 많은 원전들 때문에 부지복원을 하더라도 누가 이용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부지 자체도 한수원 소유이기 때문에 주민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홍보 부족도 지적된다. 이정동 원전지역장애인고용창출협회 회장은 “지역의 원전관련 단체 회장인 본인에게 연락도 오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한수원에서 즉시해체로 방향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애기도 들린다. 군·읍·면사무소에서 해체계획서를 열람할 때 기재하는 주민의견제출서에 공청회 필요성 여부를 체크하도록 돼 있어 이 문제는 공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145조에 따르면 30인 이상의 요구로 공청회 개최가 가능하며 지역에서는 공청회 개최에 찬성하는 사람이 30명은 넘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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