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전경
서울시청 전경

‘2019 서울시 건축상’에서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으며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주목받은 ‘문화비축기지’와 ‘서소문역사공원’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가가 설계도면 완성 후에도 손을 놓지 않고 마지막 준공까지 꾸준히 참여해 자식을 키워내듯 자신이 의도한 디자인을 구현시켰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이같이 설계 이후 시공과 준공, 사후관리까지 공공건축물 조성 전 과정에 설계자(건축가)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설계 의도 구현제도’를 국내 최초로 시행한다.

건축가는 건축물의 토대가 되는 구조와 설비를 고려해 디자인을 직접 설계하지만 설계도면 작성 이후 공사과정에서는 참여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현장에서 도면해석의 차이나 자재변경 같은 다양한 변수가 생겨도 설계자 없이 진행되다 보니 설계안과 다르게 시공돼 품질이 떨어지거나 건축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설계자가 설계 이후 건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관련법에 따라 마련돼 있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은 공공기관이 공공건축물을 조성할 경우 설계자를 공사 중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참여를 보장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고 업무 범위가 모호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전언이다. 또 설계자가 참여하더라도 대가산정 기준이 없다 보니 대부분 애프터서비스로 여겨져 왔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명무실했던 설계자의 설계 후 공사과정 참여를 ‘설계 의도 구현’을 위한 정식업무로 제도화한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대가 기준을 최초로 마련했다. 현재 공사 중인 건축물(13개 사업)을 포함해 앞으로 서울시와 시 산하단체에서 추진하는 모든 공공건축물에 전면 적용한다.

설계자는 본인이 설계한 건축물의 실제 시공과정에 참여해 현장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설계안과 달리 시공되는 일을 막고 공사 담당자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불필요한 설계변경 예방으로 공사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최근 시 국제설계공모에 해외 건축가들의 참여와 당선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설계자의 업무와 건축 과정도 세계적 기준에 맞춰 국내외 건축가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견인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설계자의 업무 범위가 기본 및 실시설계 도면작성까지지만 유럽‧미국 등 공공건축물 제도를 먼저 시작한 나라에서는 설계와 시공을 포함해 공사단계에서의 건축가 참여를 당연시하고 있다.

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은 “그동안 설계 의도 구현을 위한 설계자의 공사참여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모호해 타 지자체에서도 서울시로 관련 문의가 많았다”면서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제도화한 설계 의도 구현제도가 타 공공기관과 건축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공공건축물에 전 세계 건축가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를 준공까지 구현할 수 있는 이번 제도 마련이 공공건축물의 품격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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