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량계 업계는 왜 ‘악성 재고’ 늪에 빠졌나
재고관리・입찰시장 개선 필요
업계는 재고 털겠다는 생각으로 입찰 참여
한전, 계획 물량 보전시 문제 발생…대안 강구
작성 : 2020년 06월 17일(수) 07:34
게시 : 2020년 06월 19일(금)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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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재고 시스템과 입찰 시장 훼손으로 인해 전력량계 업계의 재고 누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량계 업계의 재고는 업체별로 많게는 50만대에서 몇 천대 수준까지 광범위하며 특히 2018년도에 AE-Type 총140만대에 대해 계약한 5개 업체의 경우 약 24% 발주에 그쳐 타격이 컸다.

이는 비단 한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년에는 G-Type 단상(100A) 물량을 수주한 업체들이 계약 내용과 달리 단 한 건의 물량도 받지 못했고, G-Type 3상(100A) 역시 실제로는 절반 정도의 물량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한전 구매처와 협의해 계약 수량의 80% 정도는 보전이 됐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계약 후 실제 주문량이 아예 없는 경우에도 구매자는 책임이 없다는 계약조건이 생겼다”며 “이는 이번과 같은 사태의 책임을 업계에만 부담 지게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간 단가의 경우 애초 자재를 구매할 때 연간 계약 기준으로 협의하기 때문에 계약과 실제 물량이 다르면 연간 계획생산을 하는 업체들로서는 단가를 처음부터 잘못 산정한 것이 돼 버린다”며 “그러면 연간 단가 계약에 대한 의미가 없는 데다 이런 것들이 악성 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 같은 악성 재고의 원인으로 한전의 재고 관리를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에서 재고가 많아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G-Type과 AE-Type의 입찰이 없다가 올 초 갑자기 재고가 부족해 총가로 4번씩이나 G-Type 입찰이 올라왔다”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재고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지금처럼 사업의 연속성이 없으면 계획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한전의 재고 시스템 만을 탓할 수도 없다.

한전 관계자는 “AMI 사업 특성상 계획공사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도 있고, AMI 사업이 중단되거나 소비가 줄면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체 계약 수량의 80% 가량을 보장하는 추정 수량 보전은 예측했던 수량에 대한 오차가 많아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잠정예시제도를 통해 발주 2달 전에 나온 물량에 대해 80%를 보전해주고 있고, 민원에 따라 잠정예시 기간을 변동하거나 기타 대안에 대해 향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고 누적의 또 다른 문제는 입찰 시장 훼손이다.

재고가 생기면서 조합단위 입찰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전력량계가 조합차원으로 수주에 성공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AE-Type 입찰에 조합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일정 부분 재고가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에, 그리고 몇 천대에서 몇 만대까지 재고를 가진 업체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내년에 보안계기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 업체들이 재고나 털어내자는 식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다.

낙찰 업체의 수가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25일 총 24만대 규모의 AE-Type 본입찰은 7개 업체가 가져갔다. 한전의 입찰 계약 수량 상한선이 40%라 통상 3개 업체 정도가 낙찰되는데, 업체들이 재고만큼만 계약물량을 적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조합 차원이 아닌 자율경쟁으로 가면 최저가라 가격보장을 못 받는다”며 “그만큼 물량을 많이 가져가서 부품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없는데 재고 소진을 위해 땡처리개념으로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해 단가도 많이 떨어졌다”고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보안계기로 바뀌니까 더 그랬다”며 “손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거나 원가보전이라도 해보려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적격심사로 가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적격심사는 한 업체에만 수주가 돌아갈 수 있어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다만 문제 해소를 위해 업계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고 특히 시장의 가격이 상당히 하락한 상태인 만큼 최저가입찰과 적격심사 방법을 적절히 섞을 수 있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수진 기자 기사 더보기

sjkang17@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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