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열전성능지수(ZT)와 에너지변환 효율간 새로운 관계 규명
열전발전 기술 연구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큰 발견

류병기 박사가 전기연구원 고성능계산클러스터실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 열전기술을 연구 중이다.
류병기 박사가 전기연구원 고성능계산클러스터실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 열전기술을 연구 중이다.

에너지의 대략 3분의 2는 열로 사라진다. 버려진 열을 터빈을 돌리지 않고 전기로 바꿔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 해결은 물론, 사막이나 화성 탐사선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금속이나 반도체에 온도 차이가 생기면 전압이 발생하는 일명 ‘제백효과’를 이용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발전’이 차세대 그린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열전발전은 공장 및 자동차 폐열, 생활폐수 등 활용할 수 있는 열원이 다양하고, 복잡한 장치가 필요 없어 기존 발전방식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소음과 진동도 거의 없다.

터빈을 돌리지 않는 열전발전에서 기술적 이슈는 열전소재의 탐색인데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됐던 열전성능지수(ZT)의 한계를 제시하면서 기존 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성과가 발표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최규하)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류병기 선임연구원이 있다. 류 연구원의 연구는 미국물리협회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 저널인 ‘Applied Physics Letters’에서 최고의 논문 중 하나로 평가돼 상위 10%의 ‘Featured Article’로 선정됐다

◆ 주요 연구 분야는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교, 대전에서 대학교, 대학원을 나와, 화성에서 회사생활을 한 뒤, 지금은 경남 창원에서 전기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2011년 박사 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취직했다. 삼성전자에서 열전, 수소-이산화탄소 분리막, 형광체, 투명전극 등의 원천소재에 대한 계산을 이용해 연구했다. 회사에서 보고 들었던 내용이 물리학 너머 공학적 소양으로 확장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 2013년 12월 전기연구원에 입원했는데, 그 때 이후로 열전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회사 시절까지 포함하면 10년째 열전기술에 대해 연구 중이다.

◆ 열전발전 연구개발 국제적 이슈가 됐는데

열전기술은 열을 전기로 전기를 열로 직접 변환하는 현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열전소재를 만드는 기술의 어려움 때문에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지는 못하고 그 대신 열전발전 효율성을 대변한다고 믿어지는 ‘열전성능지수(ZT)’를 가지고 소재를 선별하고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ZT는 소재의 ▲구동온도 ▲전기전도도 ▲제백계수 ▲열전도도 사이의 크기의 비율이다. 열전현상은 열과 전기, 열-전기 변환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특성에 의돼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이 지수가 높을수록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ZT에 기반을 둔 기존의 공식은 열전소재의 물성(physical properties)이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수치다. 따라서 실제로는 온도가 바뀌면 물성의 값도 바뀌기 때문에 ZT 자체가 열전성능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2년 전 열전과 효율 관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논문을 제출하고 출판하려고 시도했으나,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 발표한 논문과 같이 ZT를 강하게 부정할 수 있는 예를 찾았다. 이 예를 통하여 ZT가 높다고 효율이 높다는 기존의 직관을 깰 수 있게 됐다. 최근 연구 결과는 바로 이러한 예를 보고하는 논문으로서 열전발전 기술 연구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큰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까지 ZT에 의존한 기존 열전연구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때 이 논문이 나온 것이다.

◆ 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 어떻게 극복했는지

2015년 이미 효율을 정확하게 기술하기 위한 ZT외 2개의 숨겨진 인자를 발견했다. 2년 전 그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으나 ZT 사용에 대한 관성 때문에 좋지 않은 평가를 얻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반세기 동안 학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ZT에 대한 의존성을 바꾸기가 어려웠다. ZT가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쉽고, 이미 널리 보편화 된 지표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수년간 축적한 계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ZT가 작아도 오히려 효율이 높아지는 일명 ‘ZT 완전역전’ 현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열전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기술하고 컴퓨터로 표현하는 방법부터, 열전 물성을 이용해 온도와 효율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알고리즘까지 연구해 세계최고 수준의 ‘열전효율 연산 프로그램(pykeri)’을 확보한 것이다. 이 기술은 독일 항공우주센터와의 교차검증도 마쳤다.

앞서 말씀드린 선입견을 지금 당장 극복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이러한 논문을 통해 기존의 인식을 극복할 것으로 생각된다.

◆ 이번 성과에 재료연구소 등 타 연구소는 물론 독일 등 협업의 범위가 크다 그 이유는

2018년 여름 유럽에서 개최된 국제열전학회에 참석했을 때 독일항공우주센터(DLR) 팀을 알개 됐다. 그때의 연으로 현재 박수동 박사, 정재환 박사와 함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원 하에 에너지국제공동사업을 하고 있다. 원래는 Pawel Ziolkowski라는 친구랑 과제를 준비하고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쪽의 보스인 Eckard Müller 교수가 열전시뮬레이션의 대가였다.

재료연구소 최은애 박사는 대학교, 대학원 동문인데다 같은 연구실 출신으로 현재 나의 부인이다. 최 박사와 함께 원자를 가지고 놀면서 전자의 양자역학적 상태를 제어하는 것이 특기다. 사실 논문 작성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시각이다. 외부 분야에서도 어떤 주제를 좋아한다면, 그 주제는 매우 좋은 주제일 수 있다. 최박사의 외부 시각과 함께 논문의 논리구조, 약점, 강점을 분석했다.

◆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열전발전의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학과 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학과 물리학적 관점에서 원천을 연구하고 있기에 최근의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자연과학이 산업기술의 뿌리로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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