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성생활은 언제 즈음 해도 될까요?"

진료가 끝날 때쯤이면 허리 환자들이 머무적거리며 종종 이렇게 묻곤 한다. 질문하는 환자는 그래도 용기가 있는 편이다. 성생활을 쉬쉬하며 터놓기를 꺼리는 경직된 풍토가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생활은 부부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고 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부부관계를 할 때는 허리를 많이 움직이기 때문인지 환자들은 '성관계가 허리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환자마다 ▲앓고 있는 허리 질환(염좌,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 ▲통증의 정도 ▲질병의 경중 ▲수술 이력이 제각기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급성 요통 또는 디스크가 터진 게 아니라면 오히려 적당한 성생활은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관계를 할 때는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골반을 드는 동작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는 매켄지 운동, 코어 운동 등 여러가지 허리 운동과 유사하다. 자연스럽게 기립근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골반을 움직이면 복근과 함께 척추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고 근육 수축이 척추의 유연성을 높여준다.

특히 심하지 않은 디스크 환자의 경우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는 척추를 감싸는 인대가 추간판을 안으로 밀어줘 탈출된 디스크가 원래 위치로 회복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요통에도 도움이 될수 있다. 요통이 있다 하더라도 성관계를 하기 전 충분히 워밍업을 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근육 이완이 가능하다. 또 엔도르핀이 다량 분출되므로 통증을 감소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분비가 촉진돼 골밀도가 높아지는 한편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돼 근력이 강화된다. 따라서 허리 환자에게 적당한 성생활은 실보다 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 수술을 받는 환자는 성생활을 미뤄야 한다. 디스크가 터져 제거술을 받은 환자들은 대개 6주 간 보조기를 착용하는데 보조기를 씌우는 이유는 허리를 과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디스크가 흘러나오는 구멍이 충분히 메꿔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보조기를 뗄 때까지는 성생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허리에 쇠를 고정하는 유합술을 받은 환자는 약 3개월 동안 금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 보통 수술환자는 약 1500m 정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때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또한 다리 당김이 심하다던가 디스크가 터져 복압이 상승할 때도 디스크가 밀릴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뭐든 적당한 것이 중요하다. 다리, 허리가 당기고 저리는 등의 아픈 자세는 피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편한 자세를 찾아 부부관계를 하면 된다. 성생활은 부끄러운 게 아닌 당연한 삶의 일부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삶의 질을 높이는 당당한 수단으로 진료시 숨기지 말고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움말: 제일정형외과병원 김홍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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