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문화평론가)
윤희성(문화평론가)

여러 국내외 사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일부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디플레이션 즉 장기불황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타격으로 장기불황에 대한 어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이러한 장기불황 때문에 생기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고용이 악화되어 개개인의 씀씀이가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 이런 현상의 누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연쇄적으로 얼어 붙게 되고, 가계는 계속 소비를 미루게 되는 지속적인 악순환 속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장기불황을 최근에 직접적으로 겪은 나라는 일본으로 ‘잃어버린 20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1980년대만해도 세계에서 대표적인 성장국가였던 일본이 1990년을 들어서자 마자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이 이후 20여년동안 일본의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당시 일본의 문화예술기관과 자주 교류해 왔던 필자로서는 일본의 문화예술계가 누린 80년대 호황과 그 이후 20여년간의 깊은 침체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세계 2위의 부국으로서 누리던 80년대 일본의 문화예술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나, 그 이후 찾아온 20여년 동안 경제와 함께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히 고전서양음악과 미술 등의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일본문화계는 어느덧 동북아시아 문화의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넘겨 주게 되었고,이러한 영향은 K-한류문화의 겔러리로 입장전환이 되도록 하였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제일 많이 영향을 받는 영역은 문화예술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자유로울수 없는 일본 문화예술계도 이 잃어버린 20년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아베집권이후 어느 정도 부활한 경제에 힘입어 최근 다시 회복하고 있지만, 한번 잃어버린 문화지위를 복구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문화예술의 공간같은 하드웨어는 물론 제작 등의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 차례대로 무너졌고, 지금은 이미 많이 변해버린 세계 문화예술조류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본의 예를 살펴보면 알수 있듯이 문화예술도 사실상 사회의 인프라에 해당되고, 그래서 경제시스템과 동일하게 봐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콘텐츠 산업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중요한 산업군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와 함께 문화예술도 동반침체 되는 것을 방치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큰 흐름인 장기경제 침체에 살아남기 위한 문화예술계의 자구노력과 전략수립이 시급하며 이를 위에 몇가지 방안을 제안해 본다.

우선 제한적인 재원과 역량을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부문에 집중할 수 있는 고도하고 정밀한 전략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런 경쟁력있는 부분이 선도하여 발전을 이끌고, 집중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권할만 하다.

그리고 4차산업에 각광받을 만한 콘텐츠분야와 콜레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5G등과 같이 역동적이고 직감적인 미디어와 기술에 문화예술의 수준높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가미할 경우, 기존 미디어 콘텐츠물과는 비교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과학기술은 물론 예술의 재료와 도구기능에 한정되지 않고, 문화예술과의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 및 미디어는 예술 창작 및 예술 경험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문화예술계 역시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미래 시대를 대비하여 기술과 과학과 문화예술부문간의 융합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대안들을 포함하여, 사회의 중요한 시스템의 한 축으로서 문화예술을 본다면 비록 경제의 어려움으로 초래하는 위축된 사회안에서도 활력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격조있는 사회를 바라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윤희성(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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