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한 닭갈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장 내외는 가게 운영에 상당한 열정을 쏟았던 사람들이다. 크리스탈 불판과 같은 당시 다른 닭갈비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도들을 했고, 음식에도 거짓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다. 제법 장사가 잘되는 가게였던 것.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이 사장 내외의 고민은 알바생들에게서 발생했다.

사장 내외의 고민은 함께 일했던 3명의 고등학생 무리에 있었다.

당시 알바를 했던 친구들 중 고등학생이 3명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려서인지 접객 태도도 좋지 않고 일하면서 대충 대충이 몸에 익은 아이들이었다. 일하다보면 금새 사라져서 딴 짓을 하고 있었고, 손님들의 요청에도 느릿느릿했다. 사장 부부가 뭔가 지시를 하면 시도 때도 없이 반발을 하던 터라, 오래 일하지 못하고 결국 쫓겨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을 보고 있으면 과거 닭갈비집에서의 추억이 생각난다. 열정이 넘치는 사장 부부와 그들의 열정만으로는 도저히 커버를 칠 수 없었던 불성실한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권은 취임 후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기조에 발을 맞추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뼈대로 지난 2017년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을 내놓았다.

정부의 목표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청정에너지원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국민참여형 발전사업과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 총 48.7GW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중심의 발전이 메인이었던 한국 전력시장에는 상당히 강력한 재생에너지 드라이브가 걸린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열정을 읽을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태양광도 풍력도 지자체와 일부 정부부처의 비협조적인 태도 탓에 제대로 날개조차 펴지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한 워크숍에서 재생에너지 업계가 겪는 현장에서의 고충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여러 입지규제 탓에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태양광 업계에서 수년째 지적되고 있는 지자체별 이격거리 규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인허가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주어지다 보니 저마다 조례, 지침을 통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원활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의 역할을 하게끔 했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육상풍력은 산림청이, 해상풍력은 해양수산부가 여러 규제를 통해 사업추진을 막고 있다.

산림청은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풍력 관련 설비의 설치 허가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부산 지역의 해양공간계획에서 에너지개발구역을 단 한 곳도 지정하지 않으면서 사업자들의 진을 빼는 모양새다.

현 정권의 정책 기조를 앞장서서 이행해야 할 정부부처들의 어깃장 놓기와 더불어 당장 눈 앞의 한 표를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지자체장들의 컬래버레이션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닭갈비 얘기로 돌아오자.

닭갈비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 첫 순위로 꼽는 나는 사장 부부의 열정에 감화돼 마치 내 가게인 것처럼 일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아이들은 그 열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장 내외가 아무리 맛있는 닭갈비를 연구해도 이를 서포트하는 알바생들이 불성실하면 손님들에게 그 열정이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마치 현 정권이 추구하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일부 지자체와 정부부처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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