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자 마른기침과 함께 눈이 떠진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끝낸 뒤 마스크를 들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거울을 보며 마스크를 쓴 뒤, 내부에 설치된 소독제로 손을 씻었다. 5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 지하철역은 예전보다 한산하다.

승강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다. 지하철에 올랐다. 하지만 지하철 내부의 손잡이는 의식적으로 절대 만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차량이 흔들려도 두 발로 버텼다.

최근 확진자 중 한 명이 이 지하철 노선을 이용해 출퇴근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본관에 도착한 뒤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했다. 오늘도 통과. 다행이다. 6층 신문사 사무실에 들어선 다음에야 마스크를 벗었다. 바로 테이블 위에 놓인 손소독제로 한번 더 손을 닦았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에 탔다는 찝찝함이 약간은 해소되는 듯 했다. 곧이어 책상 한 켠에 둔 공기청정기를 켜고 맑은 공기를 흡입했다.

점심식사는 1층 구내식당에서 대충 해결하고, 오후 1시 30분쯤.

사무실 주변의 약국을 돌았다. 오늘은 공적 마스크를 배분하는 ‘마스크 5부제’시행 첫날이다. 몇 백미터씩 줄을 서는 게 부담스러워 마스크 1개로 여러 날을 버티다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약국에 가본 것이다.

첫 번째 약국에 가보니 자신들도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며 나중에 다시 오란다.

두 번째 약국에 가서 ‘마스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후 6시에 판매를 시작한다고 했다.

세 번째 약국 쪽으로 가보니 이미 그곳에는 사람들이 20여m 정도 줄을 섰다. 판매가 임박했다는 뜻이었으나 줄을 서가면서까지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네 번째 약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미 주변을 해맨지 20여분이 흘렀다.

‘이 약국이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 들어갔다. 약국 내부에 손님은 없고, 약사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마스크가 있느냐’고 물으니 그 약사는 밥을 삼키며 잠깐 쭈뼛하다가 ‘혼자 왔느냐’,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없느냐’고 물어본 뒤 “지금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면 다른 업무를 도저히 볼 수 없어 오후 늦게 판매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혼자 오셨고 다른 사람이 없으니 특별히 드리겠다”며 신분증을 달란다.

그러면서 그 약사는 “나가실 때 가급적 마스크를 보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서 2개의 마스크를 건냈다.

2개의 마스크를 가슴에 품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줄을 서지 않고 손쉽게 마스크를 구했다’는 기쁨, ‘이렇게까지 하면서 마스크를 사야 하느냐’는 자괴감,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집에 돌아와 온 식구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또 다시 코로나19가 대화거리로 떠올랐다.

오늘은 확진자가 몇 명 늘었는지 아이들이 먼저 알았다. 그 대화 속에서 정부대책의 무능함, 신천지교회의 파렴치함 등이 반찬처럼 우리 식구들에게 씹혔다.

전염병 때문에 개학이 연기돼 집에만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왠지 미안함이 느껴졌다. 과거에도 전염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생활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일도 오늘과 같은 일상이 이어질 터.

힘들고 지친다. 이게 그가 그토록 외치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모습인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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