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업계, “中企 현실 고려해 인증 문턱 낮춰야”
전기연구원, “업계 애로 이해…서비스 개선 노력 중”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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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기기업계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업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험인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제품 연구·개발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시험인증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시험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의 시간과 수억 원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수십 개의 시험항목 중 1개 항목 불합격으로 인해 인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인증은 전기제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산업표준화법, 전기용품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한국전기연구원이 정부 위임을 받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전의 개발과제를 수행했거나, 일반판매·수출사업을 진행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전기연구원으로부터 형식시험을 받아야 한다.

형식시험은 새로 개발한 물품에 대해 설계, 재질·제작의 적합성을 판정하기 위해 성능·내구성·안전성 등의 규격 일치 여부를 검증한다. 일반적으로 개폐기류는 54개, 차단기류는 30개 수준의 항목을 시험받는다.

문제는 형식시험이 전항목시험(풀타입 테스트)으로 진행되다 보니 인증 성공률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기기 인증과 관련한 표준기구 국제 전기 전자 표준 위원회IEC)의 IEC 62271 규격은 형식시험(타입 테스트)의 경우 “규격의 전 항목을 만족하는 것”이라고 조건을 달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시험인증을 받는 업체 중 절반가량이 인증 취득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인증의 어려움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중전기기업계에서 특히 가중되고 있다. 1개 품목 연구·개발 및 인증까지 많게는 3억~4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데, 업체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적기에 인증 취득이 되지 않을 시에는 존폐의 기로까지 서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A 중전기기업체 관계자는 “수년을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도 인증을 받지 못해 입찰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제때 인증을 못 받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시험적체, 시험성적서 발급 지연 등의 문제도 업계의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가 높은 대전력시험의 경우 시험 일자를 잡기가 쉽지 않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해외인증기관으로 가는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시험인증 주관기관인 전기연구원은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국제표준 준용 의무와 연구원 운용의 한계 등으로 큰 폭의 개선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기연구원이 다년간 기울인 서비스 개선 노력이 근래 들어 일부 성과를 내고 있고, 최근 몇 년 새 연구원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업계의 애로사항이 표준 제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져 관심을 끌고 있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단락성능, 절연성능 등과 같이 국민 안전과 직결된 항목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시 엄격히 시험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외 타 항목과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항목들은 해외 인증기관과 마찬가지로 재시험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며 “아울러 시험성적서의 신속한 발급을 위해 통합시험운영시스템을 구축해 올 상반기부터 적용하는 등 다각도로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표준을 따라만 가던 과거와 달리, 현재 전기연구원은 아시아 대표 시험인증기관으로서 IEC·STL 등 표준 제정 기구에서 다수 분과 의장을 맡고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국제 표준에 반영시킴으로써 국내 산업 및 업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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