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세대 공존의 기술' 저자,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세대 공존의 기술' 저자,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고전 중 하나는 단연 ‘논어’다. 서양에서 가장 많이 읽고 있는 동양의 지혜서이기도 하다. 공자의 제자들이 엮은 이 책은 250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에도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하다. 논어 헌문 편을 보면 그 시절에도 선후배 간의 차이가 있었음을 넌지시 짐작하게 한다.

“옛날에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수양을 위해서 했는데 요즘 공부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 선후배 세대 간 차이는 시공을 초월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논어에서 선후배 세대 간 역할과 소통의 노하우를 찾아 적용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선배 세대가 논어에서 배울 점을 무엇인지 다음의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후배들을 제대로 이해한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공자’를 통해 공자의 일생을 보노라면 그의 제자 사랑이 남달랐음을 새삼 느낀다. 공야장을 비롯한 논어 곳곳에 남용, 안회, 자로 등 그의 제자들에 대한 평이 등장한다. 평상 시 제자들을 세세히 살피고 그들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다. 요절하는 안회의 모습을 보고 통곡하는 모습은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렇듯 후배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것이다.

둘째, 후배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않는다. 자공이 물었다. “공문자는 무엇 때문에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게 됐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영민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므로 ‘문’이라고 한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유명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구절이다. 즉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요즘 인사 트렌드 중 하나인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의 기원을 여기서 찾을 수도 있다. 후배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 안연 편에서 공자는 강조한다. “자신을 남 보다 낮춰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

셋째, 선배가 먼저 솔선수범한다. “자기 자신이 올바르면 백성들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행하고 자기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면 백성들은 명령을 내려도 듣지 않는다” 자로 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리더십은 다름 아닌 솔선수범에서 출발한다. 그래야 리더의 말에 힘이 실리고 명분이 선다. 또 헌문 편에서는 이런 얘기를 한다.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은 부리기가 쉬워진다” 그렇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가르침이 된다. 선배가 솔선수범한다면 시키고 지시하지 않아도 후배가 따르고 배우는 것이다.

넷째,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후배들이란 두려운 것이니 그들이 우리만 못 하리란 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으면 그 또한 두려워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 자한 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모름지기 선배가 선배 답기 위해서는 후배가 배우고 흠모할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양화 편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나이 사십이 되어서도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그런 사람은 끝난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실력은 물론이고 그것을 빛나게 할 수 있는 덕이 있어야 한다.

이상 논어를 통해 선배 세대가 갖춰야 할 4가지 요건을 살펴봤다. 양화 편을 보면 공자는 천하의 군자라도 미워하는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남의 나쁜 점을 떠들어대는 것’,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것’, ‘용기만 있고 예의가 없는 것’,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혹시 후배가 이런 모습은 아닌가? 선배가 선배 다와야 하듯이 후배도 후배 다와야 한다.

위정 편에서 자하가 효에 관해 묻자 공자께서 대답한다. “항상 밝은 얼굴로 부모를 대하는 일은 어렵다. 일이 있을 때는 아랫사람이 그 수고로움을 대신하고 술이나 음식이 있을 때는 윗사람이 먼저 드시게 하는 것을 가지고 효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후배 세대가 되새겨 봐야 할 내용이지 않을까?

가정이나 직장, 사회에서 선배, 동료, 후배를 대하는 세련된 소통법을 배우고 싶다면 공자의 논어를 한 번 펼쳐볼 것을 추천한다. 공야장에 등장하는 공자의 말로 글을 맺는다. “노인들은 편안하게 해주고 벗들은 신의를 갖도록 해주고 젊은이들은 감싸 보살펴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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