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 플라츠 “中·日 비교해 韓 정유사 탈황 시설 준비 과정 착착”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유(燃料油)의 황 함유량의 상한선을 3.5%에서 0.5%로 크게 낮추는 국제해사기구의 규제인 IMO 2020의 시행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로써 저유황유 확보를 위한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이들의 활동을 주목하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글로벌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한국 정유사들이 내년부터 전개될 저유황유 시장에 가장 잘 준비돼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업체들은 이미 저유황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정유 4사인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 등은 저유황유 생산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제 마진 약세로 정유사의 실적이 시원치 않은 가운데 저유황유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SK에너지는 지난 2017년 11월 1조원을 투자해 착공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 공사를 마친 후 3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VRDS를 통해 일평균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다.

VRDS는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사용해 저유황 중질유,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지난달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만들었다. 이 시설은 국내 최초로 특허 출원한 초임계 용매(액체와 기체 성질을 동시게 가진 물질) 기술이 적용된 설비다. 일일 최대 5만 배럴의 초저유황유 선박 연료를 만들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 5일 세계 최초로 친환경 선박 연료 브랜드인 ‘현대 스타(HYUNDAI STAR·가칭)’를 출시했다.

S-OIL은 잔사유(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경질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인 RHDS를 증설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대신 저유황유는 선박용으로 판매한다.

S&P 글로벌 플라츠는 “일본과 중국의 정유업체들은 저유황유 생산을 위한 기존 시설 개선 과정이 한국과 비교해 뒤처진다”며 “급증할 저유황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 정유업계가 내년부터 개화할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선박들이 자체적으로 황 함량을 낮추는 장치를 설치하게 되면 정유사들의 탈황 설비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선박이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거르는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저유황유 수요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