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시스템 구축으로 100%의 안전을 기하겠습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23일 울산 사업장에서 기자들에게 이처럼 말한 뒤 “특수 소화 시스템이 장착된 제품으로 ESS 생태계를 복원하고, 국내 시장을 리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SDI가 연이은 ESS 화재에 ‘소화 시스템 ESS 모듈’이라는 대책을 내놓은 지 열흘여만에 언론에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ESS 시장의 악화 지속세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SDI는 울산사업장 내 안전성 평가동에서 화재 테스트를 시연해 새 제품의 효능을 소개했다. 특수 소화시스템은 2가지로 나뉜다. 모듈 커버에 첨단 약품이 분사돼 있어 화재 발생시 화염이 번지는 것을 막고, 셀과 셀 사이에는 차단재를 삽입해 열이 전도되는 것을 막는다.

시연은 특수 소화 시스템이 장착된 모듈과 장착되지 않은 모듈에 강철 못을 박아 강제 발화를 유도하고 화재 확산 여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연 설명에 나선 허은기 삼성SDI 시스템개발팀장 전무는 “두 모듈 모두 90V의 전압 수준에 만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수 소화 시스템이 적용된 모듈의 특정 셀에 강제 발화를 시키자 연기와 불꽃이 순간 발생했다. 그러나 연기만 자욱할 뿐 불꽃이 옮겨가지 않았다. 충격을 준 셀은 294도까지 온도가 올라갔지만 충격이 가해진 셀에 옆의 셀 온도는 92도까지 상승했다. 허 전무는 “화염은 모듈 커버에 적용한 소화 시스템으로 인해 번지지 않고, 높아진 열이 인접셀로 옮겨가긴 하지만 셀 사이에 적용한 시스템 덕분에 열이 천천히 전도된다”면서 “열확산 차단재 사이에서 셀이 혼자 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셀과 온도가 크게 높아진 셀만 교체하면 된다는게 삼성SDI측의 설명이다. 허 전무는 “일반적으로 셀이 60~70도로 올라가면 교체를 하도록 한다”면서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ESS의 경우 화재가 나더라도 일부 셀만 교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소화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모듈은 충격을 가하자마자 불꽃과 함께 온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이후 불꽃과 연기가 번지면서 모듈이 타기 시작했다. 인접 셀 온도 역시 빠르게 상승해 150도까지 전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 전무는 “이번 시연은 예기치 않은 요인으로 셀이 발화됐을 때 특수 소화 시스템이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시스템이 적용된 제품으로 화재 확산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미 낙뢰,PCS 고장 등으로부터 생기는 외부 고전압·고전류 상태로부터 설비를 보호하기 위해 3단계 안전장치를 전 설비에 조치한 상태다. 고전압 보호장치와 랙 퓨즈(fuse), 모듈 퓨즈(fuse)가 그것이다. 이 외에도 배터리 운송, 취급 과정에서 충격 여부를 알 수 있는 센서 부착, 시공·감리 상태 강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사장은 “이상징후 발견 시 시스템을 자동으로 멈추는 펌웨어도 개발해 장착하고 있으며 이는 10월말 완료될 것으로 내다본다”면서 “이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부 데미지 발생시 설비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특수 소화 시스템이 장착된 설비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 아니지만 국민과 고객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게 우리의 의지”라면서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ESS 산업 생태계 회복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ESS 산업을 선도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