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서 상무 / 유니슨㈜ 풍력본부장
박원서 상무 / 유니슨㈜ 풍력본부장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에너지전환

지난 9월 23일 UN총회에서 덴마크 소녀가 전 세계 어른들을 향해 연설했습니다. 가늘지만 설득력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미래와 꿈을 빼앗고 있어요! 지구 생태계는 망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고 거짓말만 늘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인류는 기후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이상 기온과 농작물 피해 등의 문제를 실제로 겪고 있습니다. 세계기후협회는 앞으로 지구 생태계가 견딜 수 있는 평균 기온 상승이 1.5°C 까지라고 말합니다. 바야흐로 인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에너지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덴마크,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은 실질적인 에너지전환 목표를 세우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이행하며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7년 10월, “3020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고 어느덧 2년이 흘렀습니다.

재생에너지 3020과 풍력발전의 위상

기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수요 증가를 예측하고 수급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반면, ‘3020 에너지 전환 정책’은 수급 안정과 더불어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원’을 구성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였습니다.

풍력이 그 중심에 서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육상풍력 약 4GW, 해상풍력 12GW의 신규설비를 건설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우고, 지난 2년간 이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규제 정비 및 제도적 기반 마련에 노력을 집중하였습니다. 금년 4월에는 국산풍력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였으며, 10월에는 당정청 협의결과를 발표하고, 육상풍력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육상풍력발전 입지관련 규제의 완화 및 불필요한 규정의 간소화 등을 위해 산업부, 환경부, 산림청 등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주민참여형 사업모델 개발, 지자체 주도형 공영개발 방식의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원 정책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신규로 설치된 풍력설비는 133MW이며, 년말 기준 약 320M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5년 기록한 208MW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실적입니다. 다른 한편, 지난해 9월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심의가 재개된 이후 최근까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프로젝트는 총 10건, 2GW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준비들이 모두 이행이 된다면 향후에는 년간 풍력 신규 실적이 GW 규모를 넘는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국내 풍력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발전공기업의 역할

하지만 실제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개발에 성공하여 최종 완공에 이르기까지 약 8년~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2GW의 해상풍력단지를 향후 10년 남짓의 기간 안에 완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도전 과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이미 발전사업허가를 받아놓은 육상풍력 잠재후보지(약 9GW)를 대상으로, 환경이나 민원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은 프로젝트를 선별하여 사업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내 풍력터빈 기자재 업체들이 외국산에 밀려 소외되지 않고 국내풍력설비 공급망을 확충하여, 기술과 품질,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산업육성 정책도 시급한 실정입니다. 최근 유니슨은 국산터빈 최대용량인 4.3MW(U151) 신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선보이고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하였습니다. 특히 이 제품은 우리나라와 같이 저풍속 지역에 적합한 터빈으로서, 국내의 운송 및 건설전문 중소업체들과 기술협력체제를 구축하여, 해외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8MW급 해상풍력용 발전기 개발을 위한 국책 R&D 수행기업으로 선정되어, 해상풍력터빈 국산화를 위해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발전공기업의 경우에도 정부정책에 부응하여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 수정하고 재생에너지 공급 및 기자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설치된 풍력터빈 가운데 59.8%가 국산인데, 이는 동서발전의 영광풍력(80MW)에 유니슨 터빈이 설치된 결과입니다. 특히 동서발전은 ‘코리아 윈드 200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조성되는 풍력단지에 국산 기자재 사용을 확대하고, 풍력부품 국산화를 위한 공동 R&D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등, 국내 풍력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과 국내풍력산업 육성이라고 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있어서 발전공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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