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은 사용자 영향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중요 분야”
유럽은 플리커·블루라이트, 사람 대상 실험 통해 가이드라인 제시
스마트조명도 마찬가지, 조명산업 발전 위해선 정부 역할 특히 중요

IEA 4E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각 국가의 에너지라벨링제도 정책을 국제프로젝트화하기 위해 설립한 이행협약으로,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닐 보그 IEA 4E SSL Annex 매니저는 4일 조명연구원 주최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를 세미나장에서 직접 만나 최근 조명업계 이슈에 대한 유럽의 움직임 등을 들어봤다.

“IEA 4E SSL Annex는 각국의 에너지정책, LED조명 보급정책 등에 참고가 될 만한 정보나 시험방법, 실험결과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IEA 4E에 참여한 8개국 정부 기관(한국은 에너지공단)에서 투자한 자금으로 여러 인체 대상 실험을 하고, 그 실험결과 등을 공유합니다. 그러면 각국이 그 결과를 보고 기준을 정하는 프로세스죠. 대표적인 게 바로 플리커입니다.”

닐 보그 매니저는 최근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눈과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플리커에 대해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이 규제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규제안은 오는 2021년 7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조명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플리커나 블루라이트 같은 경우 사람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조사해야 합니다. 블루라이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아직 인체 영향에 대한 실험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프랑스 등에서 계속 실험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실험근거가 충분해지면 가이드라인이 나올 겁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시그니파이(옛 필립스라이팅)도 사용자 기반의 조명 프로젝트를 수백개나 수행하면서 자사만의 솔루션을 완성하고, 차별화에 성공했다면서 조명은 이 같은 고민이 필요한 분야라고 닐 매니저는 설명했다.

그는 최근 조명업계의 핫이슈인 스마트조명도 소비자를 고려하기 보다는 개발자 입맛에만 맞는 제품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용자 기반의 조명, 소비자의 필요를 충분히 고려한 스마트 기능의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조명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사용자의 건강을 고려하고, 우수한 빛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많이 개발해 달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항상 빛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조명은 항상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합니다. 스마트조명도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스마트조명은 기능도 너무 많고, 소비자가 아닌 엔지니어를 위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도 ‘스마트조명’을 천명한 수많은 제품이 나와 있지만 시장활성화는 요원하다는 게 닐 매니저의 얘기다.

이에 유럽에서는 현재 빅데이터 기반으로 수많은 스마트조명을 기능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작업이 끝난 이후에 관련 기준 등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명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장수명의 좋은 조명을 보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국 정부에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조명은 사람이 쓰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체공학적인, 사용자 중심의 제품 개발이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국책과제들이 대부분 단기간에 에너지효율 같은 정량적인 수치나 성능만을 개선한 제품을 요구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닐 매니저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규정에 미달된 조명은 패널티를 부과해 시장에서 퇴출하고, 우수한 제품은 잘 팔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서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R&D 역량을 갖춘 좋은 조명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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