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금융권, 민원 회피 위해 주민참여 REC가중치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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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지역 한 태양광발전소<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최근 일부 기업과 금융업체들이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시, 민원 해소를 위해 실제 주민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 ‘무늬만 주민 태양광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지적을, 다른 한편에선 주민 전체 동의를 구해야 하는 현 지자체의 과도한 규제를 뚫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A 금융사는 최근 다수 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및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의 태양광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일견 해당 모델은 주민이 태양광 사업에 일정 부분 지분을 출자토록 허용했으나, 해당 금융사가 지분 20%를 투자할 수 있고, 나머지 주민 투자분 80%를 대출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에게 발전수익 20%를 배당하지만, 대출 원금과 이자를 내면 손에 쥐는 돈은 용지 임대료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주민 투자분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이 같은 사례는 정부가 올해 협동조합 등 주민참여방식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추가 가중치를 적용한 뒤부터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일부 해외 개발·투자사가 우선 시작한 후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모델을 활용하는 추세다. 주민 별도 투자분 없이 이익을 나눠야 하지만 추가 가중치를 고려할 때, 사업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시민 펀드에 관여한 한 태양광 전문업체 관계자는 “독일, 덴마크 등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과 달리, 단순히 민원 등 사업 리스크 해소를 위해 주민들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에너지 민주주의 등 시민의 의식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방식”이라며 “시민이 주도하는 에너지 분권의 의미를 고려할 때, 인센티브 정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방식”이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점점 더 많은 지자체에서 이격거리 규제 등 주민 민원이 급증하자, 사업자에게 100% 주민동의를 얻어오라고 하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한 사업자는 “사람이 사는 주택 및 아파트단지를 재개발할 때도 100% 동의를 원칙으로 하진 않는다. 재생에너지 사업만은 유독 100% 주민 찬성을 얻어오라는 건 조그만 민원 문제조차 회피하려는 공무원들의 공무 편의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사업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두둔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이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상 대형 재생에너지 단지 개발목표를 달성하는 건 요원한 일”이라며 “사업과 관계 있는 모든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주는 만큼 가장 민원이 적은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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