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2)] 애플・구글, 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
RE100 참여 글로벌 기업 155개사…전년 대비 37개사↑
과거 친환경이미지 제고…현재 경제적 이유로 사용 확대
작성 : 2018년 12월 13일(목) 12:38
게시 : 2018년 12월 14일(금)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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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1월 독일 베를린 궁전 벽에 매달려 삼성전자에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사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애플은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애플스토어와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본사 건물이 쓰는 모든 전력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역시 지난해 연말 데이터센터 운영 등 필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족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태양광, 풍력 개발업체와 연간 3GW 규모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맺었다.
구글이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시(市)가 소비하는 연간 전력량에 맞먹는 5.7TWh에 달한다.

또 아마존도 작년 같은 이유로 필요 전력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재생에너지 사용을 천명하고 있다.

이렇게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한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글로벌 기업 수는 올해만 37개사로, 지난 11월 말 기준 140개 국가, 155개 기업에 달한다.

이 기업들의 전체 매출액은 4조50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5%를 차지한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지하는 셈이다. 이 기업들이 올 한해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188TWh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1% 많은 72TWh를 구매했다. 매년 늘어나는 RE100 참여 기업 수만큼 재생에너지 전력사용량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걸 알 수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는 두 가지 이유

여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RE100에 가입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과거 기업들은 대외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값비싼 비용을 물어가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했다. 하지만 현재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공급사슬(supply chain)상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서로 연결고리를 가진 업체들 간 참여가 늘고 있다. 피아(彼我) 구분 없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기업들의 생산활동에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애플’이 하면 ‘삼성’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애플은 자체 필요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 한 후,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에도 제조 시 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서약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이 계약에 서명한 업체들은 23개사였다.

현재까지 계약은 강제성을 띠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는 기업들은 애플의 부품·소재 공급업체 목록에서 빠질 여지가 크다. GM이나 BMW 역시 전기자동차 제조공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 배터리 등 관련 부품업체에도 같은 요구를 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지 않을 시, 상대 기업들과 경쟁에서 탈락할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실제 지난 11월 자동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는 BMW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자, 해외 생산을 결정했다. 같은 요구를 받은 LG화학은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이 같은 세계 추세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연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최근 ‘RE100 캠페인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 및 글로벌 이미지 등을 결정하는 국제 무역규범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미미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해외 거래 중단 및 글로벌 불매 운동 등 수출 위협에 직면할 여지가 크다”며 “해외기업들과 거래하거나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 확대 기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향상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존 에너지원 대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투자가 재생에너지 분야에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태양광 균등화 발전원가(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는 75%가 하락했다. 균등화 발전비용은 에너지원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및 환경오염 등 외부효과까지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소요비용을 추산한 비용이다.

같은 기간 풍력은 발전비용이 평균 30%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원전·석탄발전 등 대규모 발전시설과 비교할 때 전력계통연계 설치·운영비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계통이 깔려있지 않은 사하라 사막 남쪽 지방의 경우 높은 일조량을 고려할 때 태양광발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연말 재생에너지 투자금은 2800억 달러(315조원)에 달했다. 이 중 57%는 태양광, 37%는 풍력발전에 투자됐다. 화석연료과 비교할 때 2.6배 더 많은 투자를 받은 셈이다. 막대한 투자로 작년 일년 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설비는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또 매우 빠르게 발전단가가 하락해 투자 대비 수익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약점으로 꼽히는 간헐성 역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경제성 확보로 개선되는 분위기다.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가 대량 생산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조기 이루지 못한 국가와 기업 모두 경쟁력이 낮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와 ESS 및 배터리 관련 부품·소재 업체들이 좋은 기회를 맞이 할 수 있는 시기다. OECD국가 중 에너지전환이 가장 느린 대한민국에서 관련 업체에 많은 기회가 열릴 예정”이리고 전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력시장 정책’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시민 그리고 기업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큰 자체 생산보다 외부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외부구매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개별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을 맺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 ▲별도 요금제(Green Pricing)를 이용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 ▲사업장이 속한 국가별 법령·제도에 따른 관련 캠페인 참여 등이 있다.

이 중 RE100 기업들은 PPA방식을 통해 재생에너지 조달하는 방식을 많이 선호하고 있다. 실제 작년에 PPA로 조달한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했다. 작년 한해 HP, HSBC, 블룸버그, 존슨앤존슨, 이쿼녹스(Equinox) 등 두드러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률 증가세를 보인 기업들 모두 PPA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했다. 국가별로는 일본, 대만, 터키, 호주, 멕시코 등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편이다. 우리 역시 지난 7월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인 이원욱 의원이 재생에너지 구매제도를 포함한 일명 ‘RE100법’을 발의하고, 최근 정부 당국 역시 연구용역을 통해 해외 사례를 조사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RE100 참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확대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전력시장 정책을 꼽았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관련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기사 더보기

hwan0324@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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