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터빈 설치 시 값비싼 해외 크레인·운용인력 필요
로컬 콘텐츠(local contents) 등 지역경기 부양책 미비

제주 한림읍 앞바다에 진행되는 한림해상풍력 발전사업이 국제입찰로 진행될 여지가 큰 가운데, 입찰로 외산 기자재가 투입될 경우 전체 사업비가 대폭 오를 뿐 아니라 국내 연관산업과 지역경제를 부양할 만한 기회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림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제주 한림읍 수원리 앞바다에 사업비 5000억원을 들여 100㎿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운영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수목적법인(SPC)인 ‘제주한림해상’의 지분은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중부발전이 각각 29%와 23% 등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설계 및 풍력터빈 구매역인 한국전력기술, EPC(설계·조달·시공)사인 대림, 각종 인허가 및 행정처리를 맡은 '바람' 등이 5~10%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다.

풍력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업계에서 유력 기자재로 거론되는 지멘스 등 8㎿급 외산 풍력터빈을 설치할 경우 국내에 8㎿급 터빈 설치를 위한 특수전문크레인과 전문운용인력이 없는 만큼 해외 설치 장비와 운용인력을 값비싸게 가져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해상크레인 전문가에 따르면 3~5㎿급이 주종인 국내 터빈을 설치할 경우,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와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구축에 투입됐던 장비와 인력을 그대로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8㎿급 해상풍력터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특수전문크레인과 전문운용인력을 해외에서 데려와야 한다.

국내 터빈 중 주종인 3~5㎿급 터빈은 해수면에서 블레이드(풍력 날개) 길이까지 포함해 설치 높이가 대략 70~80m 수준이다. 설치공간과 안전거리까지 고려해 크레인을 100m 이상 높이에서 운용하면 된다.

하지만 8㎿ 터빈은 최소 설치 높이가 100m 이상이며, 역시 설치공간과 안전거리를 두면 120m 이상이 된다. 국내 설치 장비로 운용 가능한 수준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특수전문크레인은 세계적으로 몇 대 없을 만큼 소수이다. 대여가 가능할지, 국내 설치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2014년 세월호 사고 때 동원됐던 3000톤급 크레인을 대여하는 가격이 하루에 1억원을 웃돈다. 설치방법과 기간, 장비와 운용인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국내 설치 장비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설치비용을 고려할 때 국내 설치 장비와 인력을 운용할 수 없는 만큼 국가적 낭비이며, 전체 사업비에서 거의 50%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외산 터빈이 도입될 경우 국내 연관산업이 육성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이나 캐나다 등은 일정 부분 외산 도입 시 지역에 공장을 짓는 등 이른바 로컬 콘텐츠(local contents)를 우회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 규제가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을 활용해 외산 기자재업체가 국내 지역에 재원을 투입하도록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반면, 국내에는 산업 연관성이나 지역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두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는 토로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굳이 국내 장비와 인력들을 운용할 수 없는 외산 기자재를 선택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분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에너지공기업들이 정말 국익을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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