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전기공사업계 애로는?(상)현장사정 고려안한 탁상행정 ‘한 목소리’
법이든 발주처든 “공사비 증가분 보장 없이는…” 난색
작성 : 2018년 11월 02일(금) 17:23
게시 : 2018년 11월 08일(목)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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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처벌 유예기간이 2개월여 남은 가운데 전기공사업체들은 시공업계 특성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월 환경노동위원회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 근로일에 포함되지 않았던 주말 근무가 모두 근로일로 인정되면서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게 됐다.
정부는 종업원 3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즉시 시행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는 처벌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업계의 충격을 고려해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종업원 300명 이상 전기공사업체들 역시 지난 2월부터 치밀한 준비 끝에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발맞춰 7월부터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공사업계는 지난 4개월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주처의 적극적인 현장관리가 주 52시간 근로제의 안착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발주처 먼저 변해야 주 52시간 근로제 활성화”
업계는 첫 번째 문제로 사업비와 공사기간 확보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는 야간과 주말근무를 통해 빠듯한 준공일자에 대응해 나갔지만 근로시간 단축제도 정상화 이후에는 공사기간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특히 토목‧건축 등 선행공정의 시공 상황에 맞춰 공사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운 전기공사 특성을 고려한 완공일자를 책정하고, 그에 따른 간접비 등 비용 증액도 절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발주처에서도 변경된 근로기준법에 맞춘 사업비와 공사기간 확보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입찰공고상에 견적에 반영하라는 문구만 한 줄 추가됐을 뿐이다.
사실상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부담의 대부분을 협력회사들이 떠안고 가는 모양새다.
한 전기공사업체 관계자는 “발주처들이 그동안 100원에 하던 공사를 근로기준법 개정에 맞춰 120원, 130원에 하라고 하면 그대로 하겠나. 지금도 건설사들이 발주하는 민수공사에는 최저가로 들어가 손해 보며 하는 공사가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도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먼저 발주처들이 제대로 사업을 발주하게끔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킬 수 있는 건설현장의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시공사들이 달라진 제도에 발맞춰 현장을 운용할 수 있도록 건설사와 공기업 등 발주처들이 공종별 작업 일정 조정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열고 닫는 정도의 관리만 할 뿐 세부적인 조정은 협력업체들에 맡기는 실정이라는 것.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여전히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주말까지 쉬지 않고 근로자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술자를 교대로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 인건비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문제도 있지만, 공사 특성상 한 가지 작업을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수행할 경우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작업자가 연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품질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 간담회를 열고 일요일에도 현장에 근로자를 투입하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현장은 개방해 두겠다며, 시공사들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말한 건설사도 있다”며 “시공사가 아무리 법을 지키려고 해도 을의 입장인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쉴 틈 없이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근로시간 미준수 시 처벌 대상을 시공사 대표만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발주처 관계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발주처가 현장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력근로제 확대 도입 시급
최근 논의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도입 역시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이 많고 바쁜 시기에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대신, 업무량이 적을 때 초과한 근무시간만큼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1년으로 하고 있는 독일·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짧으며 사용요건도 사전에 근로일을 정해야 하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건설업에서는 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는 전기공사업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위기간을 주요 선진국들과 같이 12개월, 적어도 6개월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현장의 업무량을 그래프로 표현한다면 높은 산 모양을 그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사기간에 비슷한 페이스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에 일이 집중적으로 몰린다는 얘기다. 한 사업을 2~3년 정도 맡는다면 업무 피크가 적게는 6개월, 많게는 1년 정도 사이에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현행 3개월 정도의 허용범위 내에서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기공사업체 한 관계자는 “산업계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른데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전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모두 묶어두려 하는 게 문제”라며 “공사업계 상황에 맞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단위기간을 1년 정도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탁상행정 격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제도 개정을 앞두고 산업별 간담회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을 교류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국회도 건설업 특성에 맞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은권 의원(자유한국당, 대전 중구)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근로시간 특례 업종에 건설업을 포함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7월 1일 이전 공사의 종전 근로시간 적용 ▲해외파견 근로자 적용제외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최근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한편 제도 도입 이전 발주된 공사의 종전 근로시간 등 보다 현장 사정에 맞춘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인 7월 1일 이전에 발주된 공사는 종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공사기간을 수립했기에, 시공업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함에도 모든 공사에 대한 근로시간이 단축돼 많은 건설현장은 공사기간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이 의원 측의 설명이다.
특히 건설업은 수주산업으로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거액의 지체상금을 물을 수밖에 없고, 이는 무리한 공사로 이어져 건설근로자들이 안전사고와 품질저하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발주기관들은 이에 대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의원은 꼬집었다.
이은권 의원은 “건설업은 옥외산업으로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다수의 시공 참여자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단축한 것은 건설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추진한 정책”이라며 “건설업은 특정 시기·계절에 집중적인 근로가 이뤄지기 때문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가장 필요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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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w@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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