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2018 대한민국 에너지전환 컨퍼런스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어디까지 왔을까.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위시한 재생에너지의 바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이에 발맞춰 청정한 에너지시스템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중이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공급원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집권화됐던 관리와 공급 구조를 분권화하고 수요와 소비의 형태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4일 열린 '2018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는 지난 1년간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과뿐 아니라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장기 비전이 고찰됐다.

◆에너지전환은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 피터 줄리우스 헤니케(Peter Julius Hennicke) 헤니케 컨설트 전 회장

에너지전환은 효율성과 재생에너지의 보급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라이프스타일이 함께 변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인류가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답이다. 독일 가계의 발전비용은 한국과 비교해 3배가량 높다. 독일과 일본을 비교해도 독일 가계의 발전비용이 높다. 독일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에 노력했다. 그 결과 독일 가계의 전체 전력비용은 일본과 비교해 낮다. 고효율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가계의 전력비용 부담을 낮춘 것이다.

글로벌 변화를 위해 지역적인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 앞으로 에너지 시장은 ‘분산화’ 될 것이다. 덴마크 사례가 대표적이다. 덴마크는 현재 수백여개소에 이르는 분산형 발전소와 풍력발전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탈석탄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전환은 탈중앙화가 핵심이다. 과거 고압 전력 생산 시스템에서 복잡하고 디지털화된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분산형 에너지원을 활용해 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남는 전기를 판매하는 프로슈머가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821명의 시민이 재정을 담당하는 분산형 전원 운영 협동조합도 등장했다. 기존 전력 업체의 비중이 줄어들며 새로운 변화 시기에 당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이 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독일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에너지전환에 찬성하는 이유도 바로 탈중앙화에 있다.

◆덴마크, 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매진해 온 40년 / 크리스토퍼 붓짜우(Kristoffer Bottzauw) 덴마크 에너지청장

덴마크는 40년 동안 에너지전환을 위한 노력을 해오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선두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의 동의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계통망을 구축하고 공급안정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정치권의 의지가 강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예측성을 담보하면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 뿐 아니라 정치인과 과학자, NGO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기업 육성, 산업의 발달 등을 통해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전달했다. 한국 역시 대중에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덴마크 내 에너지믹스를 보면 1995년도 5%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16년 60%에 달한다. 20년 만에 이런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풍력발전 덕분이다.

덴마크 내 풍력발전기는 2017년에만 5GW 이상 설치됐다. 이중 30% 가량이 해상풍력이다. 덴마크 정부는 2020년까지는 풍력발전이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서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분들이 바람이 없거나 일조량이 적은 날은 어떻게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느냐를 놓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이와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기상 예측을 정밀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스웨덴, 노르웨이와 함께 전력시장을 만들어서 한 시간 전까지 수요를 예측해 전력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와도 송전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있냐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99.9%의 높은 에너지공급 안정성을 가지며, 이런 에너지 공급 안정성은 주변 국가의 전력 시스템과 덴마크의 시스템간 긴밀한 통합을 바탕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100%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비 ETS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에서 40% 가까이 줄이고 2050년까지 100% 녹색전력을 달성해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려 한다.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 측면 강화 /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이번에 수립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크게 3가지 측면으로 평가가 가능하다. 첫째는 번영이라는 단어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에선 안정적 에너지 공급, 안전한 삶 보장 등 양적인 성장에 친환경 수급구조, 참여 분권형 에너지 생태계 구축 등 질적인 성장을 더해 번영이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구체화했다.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 측면이 더해져 보다 균형잡힌 계획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격과 세제 정책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원가와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가격구조 확립,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국민 수용성 확보를 통해 에너지전환을 추진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가격과 세제를 보다 현실화 해 에너지 효율 증가, 에너지 신산업 확대, 일자리 확보 등 효과가 기대된다.

끝으로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에너지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다.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대로 기존에 정보가 부족했던 수요부분, 지역, 고용 등 데이터 수집을 강화하고 이 에너지 정보를 경제주체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선 소비자, 공급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비자는 환경보호와 안전이라는 새로운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에너지소비형태도 바꿔야 한다. 에너지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프로슈머가 돼야한다. 공급자는 원천기술, 첨단기술의 개발과 빅데이터를 통해 급변하는 정세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안전·에너지안보·환경·효율성 네 마리 토끼 잡아야 / 켄 고야마(Ken Koyama)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경제학자 겸 상무이사

일본의 ‘전략적 에너지 계획’은 ‘3E+S’로 정리할 수 있다. 3E+S는 에너지안보(Energy security)와 환경보호(Environmental protection),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 그리고 안전(Safety)을 의미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안보도 중요하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에너지 자급률을 현재 6%에서 25%로 높일 계획이다. 전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미국·유럽과 비교해 비등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도 내놓았다. 일본은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3년 대비 26%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믹스 타깃’ 수립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접근방식을 채택했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믹스 타깃은 장기적으로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일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가 더 확대되는 안, 원자력 안전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안, 수소사회로 진입한 안, 에너지 저감 신기술이 개발된 안 등 여러 타깃을 산정했다. 여러 안들의 공통점은 신재생에너지는 주요 발전원이라는 것이다.

또 원자력은 중요한 발전원이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면서도 경제성이 담보되고, 유연한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원전의 설계수명연장을 가정할 때 2030년 20~22%까지 원전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원전 재가동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지고 관련 투자도 늘어나 / 코베드 바하브나그리(Kobad Bhavnagri) 블룸버그 아태지역 경제정책 및 오세아니아 대표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줄어들면서 재생에너지는 타 에너지원에 비해 값싼 옵션이 되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에서 발견할 수 있듯 새로운 풍력 발전소를 짓는 것이 가스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싸다. 가령 미국에서 가스 연료의 비용이 저렴하더라도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비용에 비하면 가스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에 더 많은 돈이 들게 된 것이다. 이는 경매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배터리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더 저렴해지면서 석탄·가스와 비교할 때도 가격 경쟁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더 청정연료와 화석연료 간 비용의 차이가 커질 것이다. (발전소) 운영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으로선 모두 과제다. 어떻게 재생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세계 시장을 따라잡을지 고민이 될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이 그랬듯 한국 역시 2040년까지 50%의 발전량을 재생에너지로부터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 뿐 아니라 시장과 기업이 부딪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단기 목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하며, 지리학적으로 적합한 곳에 보급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을 실현하면서 자본 역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업인 엑손 모빌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에 압박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쪽으로 투자를 선회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우리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 질 것이다. 그러나 배터리만으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 주간 재생에너지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이럴 땐 급전이 가능한 에너지원이 공급 안정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4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 강연자들이 주제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니키 존 딘 네이쳐 에너지 편집장, 서관용 울산과학기술원 부교수, 최장욱 서울대학교 부교수, 한정우 포항공과대학교 부교수, 제임스 로빈 겔러거 네이쳐 에너지 부편집장.
4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 강연자들이 주제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니키 존 딘 네이쳐 에너지 편집장, 서관용 울산과학기술원 부교수, 최장욱 서울대학교 부교수, 한정우 포항공과대학교 부교수, 제임스 로빈 겔러거 네이쳐 에너지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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