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전력시장 위해선 운영절차 바꾸고
석탄화력이 경제성 없는 에너지원임을 제대로 알려야

“해외 NGO들의 역할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기후문제 전문 NGO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상 정부대표단에 참여해 세계 정상들이 기후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지켜봤다. 협상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NGO들의 역할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게 전문적이고 정제된 의견을 낸다는 점이었다.

“국가를 상대로도 대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영리 단체들이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 자리였죠. 지식과 전문성이 수준급이었어요. 재정도 튼튼한 게 한국과 다른점이었어요. 제가 미국 유학 중 인턴으로 일했던 미국 환경 단체인 EDF(Environmental Defense Fund)만 해도 1년 예산이 2000억가량 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환경단체가 아닌데도 규모가 그렇게 큰 거예요. 한국 비영리 단체들의 규모와는 체급 자체가 다르죠.”

그가 EDF에서 일했던 건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재직할 때였다. 변호사로 일하던 중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미국에서 NGO들의 역할을 보며 정부와 함께 시민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면 영향이 얼마나 커지는 지를 체감했다. 미국에서 돌아오고 얼마 안 있어 그는 동료였던 이소영 변호사와 함께 기후솔루션을 세웠다.

“환경문제는 이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주변부 문제로 치부하려해도 가능하지 않죠. 우리가 무심코 보는 기사들, 가령 ‘동해안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양식장의 변화’ 기사도 결국 기후문제와 관련돼요. 올 여름 겪은 폭염이나 태풍 솔릭을 생각해보세요. 하나로 연결해서 보면 전부 기후변화와 연관되는 사안입니다.”

환경 문제는 곧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업들이 약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석연료가 ‘지는 해’가 되면서 전 세계 경제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포츈지의 글로벌 기업 1위부터 10위까진 모두 전통 에너지원과 관련한 회사였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죠. 한국에서 기후변화에 맞서 가장 빨리 단행해야 하는 건 새로운 석탄화력 발전소를 짓지 않는 것입니다. 석탄에 투자하는 것은 곧 불필요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최근 정부가 신규 화력발전소에 투자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내도록 정산조정계수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었죠.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위험 부담이 현실화되는 겁니다. 투자자들이 ‘그래도 석탄화력 발전소가 기저발전인데’ 하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하는 이유죠.”

김 대표는 석탄화력 제재와 더불어 에너지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시장 운영 절차를 투명하게 바꾸는 것이 선제적인 조건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과거와 달리 전력시장은 판이하게 달라졌어요.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크게 늘면서요. 그렇지만 여전히 전력시장이 운영되는 방식은 2001년 19개사가 전력시장에 참여하던 때와 같습니다. 이해가 상충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관련 위원회에서 각 발전원의 가격을 결정하는 식인데, 그 과정과 절차가 불투명해요. 이런 방식을 타파해야합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01년 전력시장 회원사는 19개사에 불과했지만 현재 참여자는 2128개에 달한다. 참여자는 많아지고 6개 발전자회사의 발전설비 비중은 점차 낮아져 시장은 개방되는 모양새지만 비용과 같은 중요한 절차를 정하는 이들의 이해 관계는 폐쇄적이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이 일을 하면서 석탄화력이 ‘단순히 나쁘다’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게 아니라 환경 면에서 또 경제적인 면에서 우리에게 얼마나 손해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기후변화의 실태에 대해 전달하려 노력했어요. 대중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볼 때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할 부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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