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욱 교수의 월요객석) 무어사이드 (Moorside) 원전
작성 : 2018년 08월 09일(목) 11:48
게시 : 2018년 08월 10일(금)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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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에 대해 논란이 많다. 작년 말에 한국전력이 사업권을 쥐고있는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지난 7월말에 이 지위를 상실하였다. 당초 올 상반기에 사업권 인수를 위한 협상을 종결하고자 하였으나 계속 지연이 된 탓이다.

영국의 에너지정책은 탈탄소를 기조로 한다. 탈탄소 에너지자립을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두축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는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원전으로 1기의 가압경수로와 14기의 가스냉각로를 운영하고 있다. 가압경수로는 물을 원자로 냉각에 사용하는데 반해 가스냉각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를 냉각제로 사용한다.
영국 원전의 발전비중은 약 20%이고, 가스발전이 40%, 풍력발전 15%를 비롯하여 재생에너지가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영국의 주력 원전인 가스냉각로의 평균 가동년수는 35년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절반 이상의 원전이 폐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폐로 원전에 대한 대체 수요와 탈탄소 전환을 위해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9 GW 규모의 신규원전을 도입하려고 한다. 영국은 고속로까지 개발했던 원자력선진국이었다. 1995년 사이즈웰 B 원전을 마지막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하였다.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안보를 위해 작년에 힌클리포인트 C 원전을 필두로 원전 도입재개에 나섰으나 국내 인프라가 무너져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무어사이드는 영국이 신규 원전을 짓고자 하는 4개 원전 부지 중에서도 에너지와 원자력에 관련해서 가장 유서깊은 지역이다.
무어사이드는 영국 중부의 맨체스터 북쪽 약 200 km에 아일랜드를 마주보는 서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의 건설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도시바의 자회사 뉴젠이 위치한 도시는 맨체스터이다. 우리에게 맨체스터는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팀으로 더욱 친근하다.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영국의 우승을 이끌어 축구 종주국의 체면을 세웠던 보비 찰튼이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과학기술 역사에서 보면 유체의 동적상태를 나타내는 레이놀즈 수 (Reynolds number)를 고안하고 유체역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오스번 레이놀즈, 열과 일의 등가성을 증명하고 열량을 나타내는 단위에 그 이름을 올린 제임스 줄(James Joule)이 맨체스터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연구활동을 했다.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원지이다. 산업혁명의 근간에는 증기기관이라는 에너지 혁신이 있었다.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세계최초의 도시간 철도 운행이 시작한 곳이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오가는 구간이다. 무어사이드 부지의 바로 옆에는 영국 원자력 산업이 시작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셀라필드가 자리잡고 있다. 셀라필드에는 사용후연료처리시설 등 핵연료 관련 시설이 있으며, 세계최초의 상업 규모 원전인 콜더홀 (Calderhall) 발전소가 1956년 발전을 시작한 곳이다.
이렇듯 무어사이드와 그 인근 지역은 어찌보면 근대 에너지 산업이 시작되고 원자력발전이 태동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무어사이드 협상이 어려웠던 이면에는 투자 회수를 위한 전력판매단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다. 영국정부는 2016년도에 중국과 프랑스 합작으로 힌클리포인트 C 부지에 원전 건설을 승인하면서 너무 높은 전력판매단가를 허용해 주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기존에 적용한 차액계약방식(Contract for Difference)에서 규제자산기반(Regulated Asset Base) 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차액계약방식은 발전소 건설 투자 회수를 위해 장기간 전력판매단가를 보장해 주는 것인데, 판매단가를 두고 협상이 쉽지 않다. 반면에 규제자산기반 방식은 발전소 건설에 투자한 비용에 대해 일정한 회수율을 더해서 전기판매단가를 정하는 것으로서 차액계약방식에 비해 이익은 작을 수 있지만 사업의 실패위험도는 현저히 낮아진다고 한다. 우선 협상대상자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사업 리스크가 크게 작아질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었으니 정부와 한전은 무어사이드 원전에 적극 나설 것을 기대해 본다. 무어사이드 원전 진출은 에너지 산업이 태동한 지역에 우리의 기술을 선양하고 유럽 원전 시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의 국가이며 증기기관으로 에너지혁신이 시작된 곳, 최초의 상업원전이 가동된 곳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원전을 짓고 운영하고, 기술을 전수해서 요즘같이 어려운 청년 세대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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