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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백지화…이번에도 한수원 책임?
신고리 5·6호기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의결 따라 비용 떠안을 가능성
작성 : 2018년 07월 12일(목) 10:24
게시 : 2018년 07월 13일(금)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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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한수원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정부 방침을 이행해왔다. 지난해 7월 한수원 이사회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앞두고 건설 일시 중단을 의결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한수원 이사회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의결하면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일부 이행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정부의 신규 원전 백지화 대상 중 마지막 남은 원전이다.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이사회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를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정부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신한울 3·4호기가 제외된 배경에는 천지원전·대진원전과 달리 계약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울 3·4호기 백지화…한수원 법적 검토중

한수원은 지난달 이사회 이후 1조원이 넘는 매몰비용 때문에 신한울 3·4호기 백지화가 이사회 안건에서 제외됐다는 한 언론보도에 대해 “계약사와 법률관계 및 사실관계 확정, 비용보전대상에 관한 법률·회계적 검토 등이 필요하며, 향후 최종 비용이 확정되면 정부에 보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계획 수립 단계인 천지원전·대진원전은 법적조치 없이 한수원이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고시 해제 신청을 통해 사업 종결이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 신한울 3·4호기는 셈법이 복잡하다.

한전기술에 따르면 한수원와 체결한 종합설계용역 계약에는 ‘발주자의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사유’에 대한 해석이 상이 할 수 있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른다’는 것을 합리적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수원과 종합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한 한전기술은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을 구성해 사업을 운영한다. 지난해 5월 한수원와의 계약이 일부중지된 이후에도 신한울 3·4호기 프로젝트팀의 최소 인력을 유지 중이다. 현재 설계 엔지니어 인력은 대부분 팀을 떠난 상태로, 향후 한수원과의 비용 정산을 위한 계약 관련 인원만이 남아 있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백지화가 결정되더라도 비용정산 문제가 남아 있어 이를 담당할 최소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신고리 5·6호기 중단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소요된 사업비와 인건비 등을 합산해 보상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현재로서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강제성 없는 공문…책임은 한수원에

사업자인 한수원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이행하면서 모든 책임은 한수원이 떠안는 모양새다.

일례로 한수원은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정부에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한수원에 보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요청’ 공문은 강제성이 없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얻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이사회 결정도 산업부의 ‘강제성이 없는’ 공문에 따른 조치라는 점이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월 한수원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성 중단과 마찬가지로 한수원이 이사회 의결에 따른 비용을 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이사회 이후 개최된 경영현안 설명회에서 “정부가 공문을 통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법규에 따른 조건을 구비한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쓰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시행령을 통해 보상비용을 마련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시행령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 정책 따르는 게 면죄부?

지난 4월 취임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공기업인 한수원은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경영자가 정부 방침대로 순순히 사업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 노조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수원 노조는 지난달 18일 회의를 열어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원전·대진원전 등 신규 원전 4기의 사업 종결 의결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성명서를 통해 “수천억원의 국민혈세를 낭비해버리는 부도덕한 이사진들에게 한전주식을 소유한 지역주민, 원전종사자, 일반국민 대규모 소송인단을 구성해 이사진들에 대한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 고소, 고발 등 모든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이사회도 이사회 의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우려해 ‘임원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받은 ‘임원배상 책임보험 가입 추진안’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이사회의 결정으로 주주 등이 손해를 봤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을 대신 보전하기 위해 500억원 한도의 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어 지난달 19일 보험을 갱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수 변호사는 “정부가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 도로를 낸다고 하자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나 앉은 꼴”이라며 “한수원은 상법상 주식회사로, 한수원 이사회가 정부의 행정계획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업을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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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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