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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변호사의 등촌광장) 正名
작성 : 2018년 07월 09일(월) 09:55
게시 : 2018년 07월 10일(화)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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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시장은 거래의 장이다. 거래는 시장참가자들에게 상호 효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시장참가자들은 협상을 통해 각자의 효용함수를 (적어도 추정수준에서) 거래 가격과 조건에 상당 부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작동원리는 시장참가자들 간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켜 활발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가격신호를 생성함으로써 시장참가자들의 보유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시장이 허용하는 초과이윤은 시장참가자들의 투자를 자극하고 신기술의 개발을 유혹한다. 창조적 파괴의 참된 공간은 시장이다.
시장은 외부효과를 처리할 수 없다. 규제가 개입하는 근거가 이것이다.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스스로 외부효과를 거래 가격과 조건에 내재화시킬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사회경제적 비용과 효과는 궁극적으로 측정 불가능성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규제는 부득이 외부효과를 비롯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효과에 대한 보다 강한 추정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규제의 하향적 속성은 권력자가 결정한 집단적 효용함수를 개개인에게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몇몇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는 새로운 투자와 매혹적인 기술혁신을 타인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위법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규제가 시장을 대체하는 경우 권력자의 의지와 판단이 곧 거래의 가격과 조건이 된다. 신기술의 도입에 따라 규제의 틀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지도 권력자가 결정한다. 이해관계자들은 거래 가격과 조건, 그리고 규제의 틀을 바꾸는 신기술의 도입 여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각자 권력자에게 간청하게 된다.
결국 정치가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된다. 규제는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대가로 한다. 규제는 시장을 대체하기보다는 시장의 작동원리를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사업법은 전력거래가 전력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요구하는 한편, 전력시장운영규칙이 전력시장과 전력거래를 규율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규칙의 내용은 전력시장의 가버넌스(governance), 즉 전력수급이라는 전력시장의 작동원리를 구현하는 것을 한계로 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난 사항은 전력시장의 작동원리를 훼손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전력거래가격 상한제, 정부승인 차액계약(vesting contract)제도, 환경급전제도가 그러한 것들이다. 이는 전기사업법, 환경법 등 법령에 의해 관장되는 규제의 영역에 속한 것이다.
규제가 전력시장을 대체해가고 있다. 현행 시장규칙은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난 것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급기야 전력산업 종사자들이 원래의 전력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해 분간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력거래가격의 상당 부분은 전력수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총괄원가 또는 유사 총괄원가를 기초로 하는 정산조정계수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규제에 의한 시장 대체는 전력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저해하고 가격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초과이윤 취득을 노리는 전력산업의 혁신 또한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친환경 발전설비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환경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규칙은 전력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위한 사항을 규율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 그러한 한계를 벗어난 사항에 대해서 시장규칙은 침묵해야 한다. 현행 전력시장의 여러 묵은 난제는 일정 부분 시장규칙이 규제의 영역을 관장하게 됨에 따른 왜곡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민간과 공공을 차별하는 정산조정계수제도와 왜곡된 용량요금제 등 현행 시장규칙에 존재하나 그 한계를 벗어난 사항은 이제라도 규제로 전환함으로써 ‘전력시장운영규칙’의 이름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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