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안전 국민 불안감 높아, 로봇 활용방안 관심 증폭
‘원자력 비상상황 로봇기술지원센터’ 설립 필요성 제기

로봇, IoT,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원자력계도 관련 기술 개발과 접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중 로봇기술 개발의 선두에 서 있는 곳이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ICT연구부 로봇·기기진단연구실이다. 정경민 원자력연구원 로봇·기기진단연구실 실장을 만나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위한 로봇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핵연료 점검을 포함한 유지보수·제염해체·사고대응 등 원자력 전반에 걸쳐 사용할 원자력 로봇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경민 원자력연구원 로봇·기기진단연구실 실장은 원자력 로봇기술이 원자력 전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각종 배관 점검로봇, 증기발생기 검사로봇, 원자로 검사로봇 등 원자력 시설 점검용 로봇부터 원자로 절단용 로봇팔 등 해체용 로봇, 실내외 모니터링 로봇·잔해제거용 무인 지게차 등 비상대응 로봇까지 다종다양한 로봇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로봇·기기진단연구실은 그간 명칭과 소속이 변경되기는 했지만 3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전에도 핵연료 등 위험물 취급에 로봇기술이 부분적으로 사용됐지만, 사고 이후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섰습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원전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원자력 로봇의 활용방안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실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례를 비춰볼 때 로봇과 무인화 장비를 상시 유지하고 훈련할 수 있는 ‘원자력 비상상황 로봇기술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원자력 로봇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안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다수의 원자력 로봇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고가 일어나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난훈련에서 실제로 작동시켜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비상상화 로봇기술지원센터’를 운영해 원자력 로봇을 유지하고, 훈련에서 직접 사용하는 등 비상 재난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 실장은 재난상황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로봇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원전사고는 국내뿐만 아니라 인접국 등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원자력 로봇은 원전 시설의 특성상 고방사선 지역, 수중지역, 협소지역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단순히 걷고 뛰는 정도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실제 원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더 좁은 지역에서 작업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기술과 시야가 차단되고 복잡한 구조물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원전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끼치므로, 로봇기술지원센터를 미국·프랑스 등의 선진기관들과 ‘국제적 로봇기술지원 연맹’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으며 연구원이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원자력 로봇기술은 해체과정에서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기기진단연구실은 거대한 원자로를 절단할 수 있는 ‘원자로 해체용 고중량 취급 로봇팔’을 개발했다. 정 실장은 고리 1호기 해체를 넘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원자로 절단용 로봇팔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440조원의 원전해체 시장이 열린다고 합니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에만 매몰돼서는 적합도가 떨어져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어렵습니다. 연구원에서 개발한 절단용 로봇팔은 모듈화를 통해 해체작업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일체형인 해외 로봇팔에 비해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또 연구원은 핵사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상 핵물질 저장시설 점검용 무인지상로봇(UGV; Unmanned Ground Vehicle)과 수중 핵연료 저장시설 점검용 무인수상로봇(USV; Unmanned Surface Vehicle)을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로보틱스 챌린지 경연대회 USV분야에서 연구원이 개발한 ‘핵연료 점검 로봇’(SCV)은 유일하게 모든 임무를 수행하며, 영국·헝가리 로봇과 함께 수상 로봇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국산 원자력 로봇이 IAEA 핵사찰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우고 있다.

“IAEA는 핵물질의 오용이나 도용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핵시설을 사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핵시설과 점검해야할 핵물질의 증가로 인한 사찰요원들의 업무가중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찰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로봇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올해 연구원의 SCV가 실제 핵연료저장시설에서 성능을 입증하는 개념입증(Proof of Concept)단계를 통과할 경우, 최종적으로 IAEA에 제품형태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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