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당국, 연구용역 후 모의운영 거쳐 도입 여부 결정
요금변화 시그널 통해 수요관리, 미래세대의 짐 현재 분담하는 것

국제 연료가격의 변동폭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가 추진된다. 전력 당국은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중이며 모의운영을 거쳐 연동제 반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료비연동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국민들에게 요금변화 시그널을 통해 전기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부가 바뀔 때마다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 이란 우려를 줄 수 있어 매번 도입 문턱에서 좌절됐다. 사실 ‘연료비연동제도’는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에서 보면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

서울 모 대학 교수는 “연료비는 어찌 보면 발전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도매요금에 따라 소매요금(전기요금)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동안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항상 왜곡돼 왔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요금은 소매요금을 정부가 강력히 통제하면서 발전사간 발전비용을 조정하는 선에서 수익을 맞춰왔다.

소매요금이 변해야 소비자들이 요금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데 국제유가의 변동과 상관없이 소매요금이 정책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연료비변동 요인이 발생해도 가격신호 기능이 미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문제는 연료가격 변동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다른 에너지원과의 상대가격 왜곡을 발생시켜 비효율적인 에너지소비를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를 위해서라도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연료비연동제는 몇 개월 동안의 평균연료가격을 분석해 연료비조정단가를 결정, 1~2개월 후에 적용한다는 개념으로 매월 연료비 변동폭만큼 요금수준이 변한다.

연간 전체적인 변동폭은 그리 크지 않다.

연료비연동제도 도입 본격 논의 2009년부터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 본격 논의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2008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한전은 당시 수 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 6월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고유가 대응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대책’을 보고하고, 원가보다 낮은 에너지 가격을 적정원가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전기요금체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논의된 것이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다. 이후 2010년 1월부터 모의 적용한 후 2011년 6월부터는 실제 요금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2010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 거론됐다. 전기요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던 재 정부는 에너지절약과 함께 가스·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는 “연료비연동제 도입은 이미 결정된 상태며, 가스는 2010년 3월, 전기는 2011년부터 연동제를 추진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두고 지경부는 한전 경영압박 해소와 에너지 소비 합리화를 위해 최대한 앞당기자는 입장인 반면, 재정부는 물가인상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2010년 말 당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전의 깊어지는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공식화했다.

최 장관은 “연료비연동제, 전압별요금제 등을 통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합리적‧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고 판매경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며 “ 연료비연동제는 2011년 중에 실시하며 연료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변동할 경우 정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2년부터 일반용·교육용·산업용을 통합해 전압별요금제로 전환할 계획도 언급했다.

물가상승 이유로 2011년 도입 문턱에서 좌절

하지만 그해 6월 새로 부임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7월 실시 예정이던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는 일단 적어도 한 달간 시행을 늦추고 또 전기요금 인상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4%) 이내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상승을 이유로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 미뤄진 것이다.

이후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업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논의만 무성할 뿐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요금인상이 없다고 말했지만,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을 통해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정책비용들은 보존이 필요하다”며 “요금인상이 없다는 방침에 얽매여 손실에 달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한전에 전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또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은 미래세대에게 짊어지게 할 짐을 현재에 반영하는 것이며,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해선 연동제를 통해 가격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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